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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도록
· ISBN : 9788963032115
· 쪽수 : 306쪽
책 소개
목차
11 인사말
12 박영란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16 조앤 기 진정한 신념의 화가
24 권영진 박서보의 추상: 자아 〮 현대 〮 형식
50 정무정 물성과 자연: 앵포르멜에서 <묘법>까지
66 기헤경 그리기에 길을 묻다 〮 박서보의 묘법
78 심은록 박서보, 0도의 묘법
89 에스키스 드로잉
105 작품 도판 1955-2019
265 박서보 연대기 1931-
294 참고문헌
책속에서
하나의 양식에 머물러 있기에 사십 년이란 긴 세월이다. 그러나 박서보가 '에크리튀르(?criture)'에 머물러 있고자 한 것은 회화에 대한 그의 신념 때문이다. 박서보는 회화가 특정한 제약에 종속되어 있을 때에 그 가능성이 가장 잘 구현되는 매체라고 믿는다. 그는 회화에 대해 근본주의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다. 국제 예술계에 대해 좀더 많이 알게 되면서 어떤 이들은 1970년대에 회화는 이미 죽었다고 서둘러 선언했지만, 박서보는 그의 믿음을 유지했다. 한국에서, 형식에 대한 헌신을 정치적 무관심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박서보의 근본주의적 견지는 어느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의 무질서와 타협한 이 시대에도 여전히 추상과 그 가능성을 고집하는 박서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심지어 박서보가 추상을 고집하는 것을 맹목적인 신념의 사레로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박서보의 풍부하고 복합적인 작품 세계를 고려할 때, 보다 명확하게 보기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맹목적 신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조앤 기 진정한 신념의 화가
한국 추상미술의 대부, 현대미술의 기수, 재야의 맹장 등 박서보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 여러 수식어는 그의 탁월한 의지와 저돌적인 기질, 오랜 작가 생활과 일인다역(一人多役)의 분주한 삶을 대변하지만,
그의 삶과 창작이 일관되거나 정해진 길을 따라 순탄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해방과 분단, 전쟁, 전후 재건 등 격렬한 정치적 변화 속에 한국 미술은 추상을 현대성의 시각적 지표로 삼았다. 식민잔재 청산을 위한 해방공간의 역동적인 토론과 방법론의 제안이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과 함께 남한과 북한 양쪽에서 숙청되고, 6.25 전쟁 이후에는 반공과 자유, 국제화와 현대성이 문화예술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권영진 박서보의 추상: 자아 · 현대 · 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