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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외국 역사소설
· ISBN : 9788963571812
· 쪽수 : 720쪽
· 출판일 : 2017-10-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사건
에도를 향하여
행방을 감추다
간주
회령
만하기
고향
책속에서
‘카슨도, 무사처럼 행동하지 마라.’
어느 날 나무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던 오빠를 보고 호슈 선생님은 엄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네.’
오빠는 휘두르던 목검을 멈추고 머리를 숙였어요.
‘도대체 너는 누구와 싸우고 있는 것이냐?’
오빠는 대답을 할 수 없었어요. 선생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오빠는,
‘저렇게 말씀하시지만 만약 선생님께서 위험에 빠지면 누가 지켜드리겠어?’
‘오빠, 그런 위험한 일이 생길 것 같아?’
‘조선에 대한 선생님의 외교방식이 흐리멍텅하다고 비판하는 무리들이 있어. <아메노모리를 죽여 버려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들었어.’
나는 그런 어려운 건 잘 모르지만 오빠가 말하기를, 쓰시마번의 존망이 걸려있는 문제가 벌어졌는데 그것을 둘러싸고 번 내에서 두 가지 의견으로 갈리어 큰 소동이 일어났대요.
<프롤로그에서>
아메노모리 호슈는 무거운 마음으로 어젯밤 늦게 부산 왜관에 도착했다. 그가 갑자기 부산에 온 것은 왜관을 관리하는 관수館守 히라타 소자에몬平田所左衛門과 동향사東向寺의 겐보玄舫 스님 이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이번에 조선통신사 빙례를 둘러싸고 막부의 소바요닌側用人 아라이 하쿠세키와 치열하게 담판을 하며, 쓰시마번의 행로에 대한 의견대립 끝에 나온 특사명령이다.
소바요닌은 쓰시마번에 어려운 외교문제를 제시했다. 지금까지 조선에서 도쿠가와 쇼군에게 보내는 국서칭호 <일본국대군전하日本國大君殿下>이던 것을 <일본국왕日本國王>으로 변경하라는 것이다. 통신사 빙례 중 에도성 혼마루本丸에서 거행되는 국서를 교환하는 의례는 가장 중요한 행사다. 이미 정착돼 있던 칭호를 급히 바꾸라고 한다.
<1장 ‘사건’에서>
배를 타고 강을 따라 축제 분위기를 내면서 화려하게 행진했을 때에는 강 양쪽에서 사람들이 눈으로 배웅했지만, 육로에서는 가까이 와서 말을 만지거나, 함께 걸으면서 손짓 발짓으로, 또 종이와 붓으로 대화를 나누는 무리들도 있다. 행렬 좌우는 구경꾼이 어느새 2배, 3배로 불어나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큰 상점의 2층 창에는 이 날을 위해서 매달아 놓은 축하 장식물이 터져 잘게 썬 종이가 반짝이면서 흩날리고 있다.
저녁 시각에 일행은 미도스지御堂筋로 나가서 니시혼간지 쓰무라西本願寺律村 별원, 통칭 기타미도北御堂로 들어갔다.
해자와 석담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경내에 크고 작은 건물이 즐비하다. 불당 지붕의 용마루와 대들보는 모두 황금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조선통신사 일행과 쓰시마, 후쿠오카, 쵸슈, 히로시마, 후쿠야마, 히메지姬路에서 온 수행원을 합쳐 1300명이 이곳에서 다함께 여장을 풀었다. 한성을 출발하여 이미 3개월 반이 경과하고 있었다.<2장 ‘에도를 향하여’에서>
류성일은 짜증을 감출 수 없었다. 왜냐하면 겨우 아비루의 꼬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손에 들어온 것은 알아볼 수 없는 암호문이었기 때문이다.
가늘고 긴 종이에 빽빽하게 적힌 것은 글자 같기도 하고 암호 같기도 하다. 도대체 뭐라고 적혀있는 것인지, 누구에게 보낸 것인지?
류성일은 촛불 아래에서 벌써 3시간 가까이 꼼짝도 하지 않고 가늘고 길게 생긴 작은 종이조각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다. ‘이 암호문은 은 산출량과 생사, 견직물 수입량을 표로 나타낸 것이 아닌가…….’
드디어 검을 휘둘렀다. 칼끝과 칼끝이 서로 부딪쳐 <칭>하는 풍경風鈴같은 청량한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이 내딛은 힘에 마루바닥은 삐져나올 것 같이 휘었다.
혼신의 힘을 모아 검을 내려쳤다. 두 사람의 뾰족한 칼끝은 바닥을 향해 있다. 꼼짝하지 않고 서로 노려보고만 있다.
카슨도와 류성일의 솜씨는 문자 그대로 막상막하다. 왜 카슨도의 완승으로 끝난 것일까?
<3장 ‘행방을 감추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