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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57075166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10-07-15
책 소개
목차
1. 청각 / 이나바 마유미 / 제34회 수상작
2. 번데기 / 다나카 신야 / 제34회 수상작
3. 고엽 속의 푸른 불꽃 / 쓰지하라 노보루 / 제31회 수상작
4. 스탠스 도트 / 호리에 도시유키 / 제29회 수상작
5. 슬픈 나의 연인 / 아오야마 고지 / 제29회 수상작
6. 무사시마루 / 구루마타니 조키쓰 / 제27회 수상작
7. 비 때때로 비? / 이와사카 게이코 / 제26회 수상작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시간에 도쿄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겨우 닷새 전 도쿄의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저만치 멀어져 간다. 허망한 것으로 변해 있다. 아마 멍하니 묵직한 몸에 커피를 부어 넣으며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체크하거나 전날 도착한 편지며 서류에 대한 답장을 쓰고 있을 것이다. 오후에는 무엇을 했던가. 도서관에 조사할 것을 찾으러 달려가거나 새로 시작한 칼럼을 준비하며 꾸물꾸물 계속하고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 날이 갈수록 일에 대한 마음은 대충 대충이 되어간다. 내내, 계속, 일을 해온 것이다. 먹고살기 위해 건강하지 못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살기 위해 건강하지 못한 생활을 선택한다는 건 모순이 아닌가.
-24쪽, 「청각」
어둠과 빛이 번갈아 바뀌고 투쟁이 되풀이되고 아비들이 사해가 되고 어미들은 지상에 내려와 끙끙 배에 힘을 주었다. 알을 낳는 어미를 무시무시하다고 느끼는 게 죄송스러웠다. (……) 투쟁하고 싶지 않다. 껍질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일까. 어미와 투쟁하고 교미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포가 위쪽에 가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걸까, 아니면 위쪽에 갈 힘이 없기 때문에 투쟁하고 교미하는 것을 못 하는 걸까, 그중 어느 쪽이 답인지를 안다면 껍질을 벗어던지고 위쪽에 갈 수 있는 걸까. 하지만 그러한 의문을 갖는 것 자체가 상상력과 신경에 방해를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89쪽, 「번데기」
그나저나 맥주나 주스를 차갑게 하기 위해 열이 필요하다니, 엉터리 같은 일이다. 차갑게 하면 할수록 열이 나서 실내가 더워진다. 그걸 식히기 위해 에어컨을 켜면 이번에는 실외기가 뜨거운 바람을 밖으로 뿜어낸다. 열기는 장소를 옮기는 것만으로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대로 일만 계속하다가는 내 인생도 뭔가를 차갑게 식히기 위해 쓸데없는 열이나 내다가 끝나겠다, 라고 위가 탈이 날 만큼 고민했던 삼십대의 자신의 모습을, 그러나 그는 이미 확실하게는 머릿속에 떠올릴 수가 없다.
-157쪽, 「스탠스 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