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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3700380
· 쪽수 : 348쪽
책 소개
목차
1. 굴뚝
2.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3. 마지막 아이는 내가 데려간다
4. 처음 영혼을 인도한 날
5. 아기를 낳아줄래?
6. 산파와 토끼
7. 모두가 행복할 뿐이다
8. 묘약 할머니와 유리
9. 바리공주를 위하여
10. 아직 고백이 끝나지 않았는데
11. 바리는 어디에 있었나
12. 왈츠 풍으로 흔들리는 레이스 커튼
13. 내가 인도해줄게
14. 헝클어 놓다
15. 사라진 것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16. 모든 죄는 사라지리
17. 다시 굴뚝으로
심사평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갈매기를 동산과 맞닿아 있는 수돗가로 데려가 한 점씩 들어 흩어진 살과 내장을 씻었다. 산파가 키우는 약초밭으로 가 흙을 파내고 약초 밑에 갈매기 살점을 묻었다. 어떤 약초인지 몰랐다. 약초 뿌리에서 나온 기운이 갈매기에게 효과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달궈진 쇠에 짓눌려 급작스럽게 죽었지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혼이라도 천천히 약초의 향을 마시며 달래지기를 바랐다. 그것이 최초로 내가 혼을 죽음의 공간으로 인도한 것이었다.
산파는 그즈음 자꾸 불안했다. 산파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리의 엄마가 누구예요, 라는 말 때문이 아니었다. 그해 겨울 수인선이 패쇄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미 농협 공판장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 수인곡물시장을 드나들던 상인이 바닷물 빠지듯 죄 빠져버렸다. 생활비를 대기로 한 토끼 가게의 수입이 줄어들면 바리의 앞날도 캄캄했다. 공부를 시키지는 않아도 먹고 입는 것은 반듯하게 해주고 싶었다. 가을이 오면 당장 연탄부터 채워야 했다.
할머니는 내가 벗어놓은 바지를 들고 잠든 척하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나에게 그 집 사람들을 만났는지 묻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나는 동쪽에 있는 그 도시를, 녹색 담쟁이가 집 전체를 감싸안고 있던 집을, 나와 똑같은 머리모양을 하고 교복을 입은 소녀를 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