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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63720029
· 쪽수 : 192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식단을 괴테의 시처럼 혀에 올려놓고 살살 녹여 보았다. 날씬한 몸매를 위해서는 송아지고기 슈니첼, 남성들을 위해서는 돼지고기 슈니첼, 비엔나 슈니첼, 집시 슈니첼. 이런 음식들에서는 크고 넓은 세상의 냄새가 풍겼다. 그런데 양파 슈니첼에서는? 이것에서는 우리가 사는 지하의 살림집 냄새밖에 나지 않았다. - p.17 중에서
“그런 건 우리에게 전혀 필요가 없어! 일단 복권을 사면 우리에겐 필요도 없는데 덜컥 당첨이 될 거야.”
“하지만 난 당첨이 됐으면 좋겠어. 내 말 알겠어?”
“당첨되면, 넌 그 돈으로 뭘 할 거니? 5만 크로네를 가지고?”
“은행에 가져갈 거야. 저금통장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
“내가 이제까지 살면서 꺼려왔던 것이 바로 그 저금통장이라는 거야. 그놈의 것은 유치한 욕구와 천박한 욕망을 부추기거든. 넌 돈이 생기면, 기름진 음식을 사 먹겠지. 그러면 동맥경화 때문에 머리가 나빠질 거야. 새 신발을 사 신으면, 엄지발가락이 흉하게 망가질 거고. 레이스달린 나일론 팬티를 사 입으면, 암에 걸리겠지. 그러다 어느 날 돈이 사라지면, 넌 아직도 네게 필요한 것을 손에 넣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러고 나면 넌 머리는 녹슬고, 다리를 절고, 병든 몸으로도 모자라 기만당했다는 기분을 안고 살아갈 거야. 돈이란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물건이야!”
“그래서 땡전 한 푼 없어 행복하겠네!” - p.27~28 중에서
“할아버지에게 인생의 의미는 뭐예요? 할아버지는 왜 이 세상에 살고 있나요?”
“대안이 되어줄까 해서.”
할아버지가 눈썹도 까딱하지 않고 대답했다.
“나는 화려하게 꾸며 입고, 인생에 만족하고, 배터지게 처먹고도 생각은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대안이 되어 주려고 살고 있어. 내가 두뇌가 되어, 그런 무리 대신 생각을 해 주는 거지.” - p.60 중에서
“나 먹을 건 어디 있어?”
“널 불렀는데, 배가 고프지 않은 것 같던데.”
내 몫까지 잔뜩 먹은 것 같은데도, 마지막으로 입에 넣은 음식을 꿀꺽 삼키며 할아버지가 차번하게 대답했다.
“사랑보다 더 좋은 건 없지. 사랑은 소고기국하고도 바꿀 수 없는 거야.” - p.120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