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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3720593
· 쪽수 : 328쪽
책 소개
목차
1부. 발
1997년 3월, 북한 함경북도 무산시 무산역
2부. 아파트
1997년 6월, 중국 북경
3부. 동행
2000년, 인천항에서 국경까지
1997년, 북경에서 국경까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가영과 나영이 방을 나간 후에, 북조선 사람들끼리 모여서 토론했다. 주제는 ‘남조선 여자들이 일방적으로 명령하듯이 규칙을 세워서 통보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 특히 북조선 남자들에게 둘씩 조를 짜서 설거지를 하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집중적인 토론이 이루어졌다. 사회는 김민규가 봤고, 먼저 불만을 토로한 것은 리옥주였다.
왜 북조선 남자더러 설거지를 하라 말라 하는가, 남조선 여자들이 북조선 사람을 우습게 보는 게 아닌가.
리옥주는 예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기 남자에게 이래라 저래라 한 남조선 여자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입을 뗐다.
나도 반대다. 우리 아들들이 부엌에 들어가서 설거지하는 거 나는 싫다. 이 집에 여자들이 가득한데 왜 내 아들까지 부엌에 들어가야 한단 말이냐. 여자들이 일을 더 하면 될 것을.
송옥란이 리옥주를 거들었다.
남조선 여자들이 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할 수는 없는 거디요. 우리를 업신여기는 게 아니면 뭐겠습니까. 이런 우리의 입장을 남조선 사람들을 불러서 알려줘야지요. 설거지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우리가 알아서 하는 건데 그들이 통제할 수는 없는 겁니다. 곱게 자란 남조선 여자들이 뭘 알겠습니까. 이제 우리 의견이 정해졌으니까 방으로 들어간 남조선 사람들을 불러오라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지막으로 김민규가 정리했다.
북한 사람들을 만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나는 북한 사람들이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던 듯하다. 무슨 대단한 것이라도 깨달은 양. (…) 나는 그날 비로소 북한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보이기 시작했다.
(…) 이런 구분은 나에게 또 다른 마음을 품게 만들었다. 내가 중국에 온 목적은 굶주린 탈북 식량난민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한국을 떠날 때 처음 가졌던 마음은 진심을 다해 그들을 돕고 싶다는 하나의 마음뿐이었다. (…) 그러나 점차 그들을 알아가면서 돕고 싶은 북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선별하는 마음이 자리 잡았다. 마치 한국 정부가 선별해서 망명 신청을 받아들인 것처럼.
나는 그들과 함께 가고 싶지 않았고, 두 사람과 작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나의 마음은 이미 그들을 저버렸다. 그러나 그들과 동행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지 않는가. 동행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