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63720784
· 쪽수 : 376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간타, 정당하려면 돈이 필요한 거네.”
간타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긴자의 수많은 건물들 위로 흘러가는 탁한 피 같은 구름만 바라보고 있었다. 요지는 차분한 목소리로 간타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돈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더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기도 해. 돈이 없다는 건 나쁜 건가 봐. 돈이 없는 건 나쁜 거야.”
간타는 들어서는 안 되는 세상의 비밀이라도 들은 듯 허둥지둥 대답했다.
“넌 날 지키기 위해서 칼을 든 녀석에게 달려든 거야. 넌 틀리지 않았고 옳았어. 그건 돈과 아무 상관없어. 이제 너무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마.”
간타는 불과 두 시간 만에 자신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가 버린 친구가 갑자기 무서워졌다. 요지는 간타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꿈꾸는 듯 멍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인도를 바라보며 말한다.
“자, 봐 봐. 그래서 직장인들은 모두 기를 쓰며 돈을 벌려고 하는 거야. 돈이 없으면 이 세상에서 내가 나로 있지도 못해. 그 사람이 그 사람인 채로 못 살아. 돈이 없는 건 공기나 물이 없는 것과 같아. 못살아.”
요지가 갑자기 간타를 돌아보았다.
“결심했어. 난 돈을 벌 거야.”
간타는 이 친구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었다. 요지는 불이라도 붙은 듯 말했다.
“돈을 많이 벌어서 너랑 엄마를 지킬 거야. 오늘 내 인생에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
“간타, 우선 100만 엔을 만들자.”
놀란 간타는 벤치 옆에 앉은 요지를 쳐다보았다. 미인인 엄마를 닮아 단정한 얼굴이지만 그 고소 사건 뒤로 파리하니 차가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중학교 때부터 여학생들이 요지에게 쓴 러브레터를 전해 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큰돈을 고등학생이 어떻게 모아.”
요지와 간타는 한 달에 3천 엔씩 용돈을 받았다. 둘이서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거의 15년은 걸리는 액수다. 요지가 설명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알바를 하자. 우리 둘이 노력하면 1년이면 가능해. 그 돈은 장차 몇 배가 되어서 돌아오고 우리를 지키는 방패가 될 거야. 운용은 나한테 맡겨.”
‘운용?’ 또 모르는 말이다. 살며시 옆얼굴을 보니 요지 표정이 반짝반짝 빛났다. 멀리 은색 로켓 미끄럼틀이 둔탁한 빛을 내고 있다. 단지 안에 있는 공원이 간타에게는 마치 나사(NASA)의 우주 로켓 발사장처럼 보였다. 요지라면 분명히 최고의 우주 비행사가 될 것이다.
간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였다.
열아홉 살인 요지와 간타는 아르바이트와 주식 투자로 모은 밑천을 자본금으로 유한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 이름은 로켓파크.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있는 로켓 미끄럼틀에서 따온 이름이다. 처음에 요지가 그 회사 이름을 제안했을 때 간타는 덩실거리며 기뻐했다. 다섯 살 때부터 둘이서 놀았던 추억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뒤, 이 이름이 일본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 줄 두 젊은이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