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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72885740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6-05-17
책 소개
목차
깜짝 선물
달이라도 나쁘진 않아
소년, 하늘을 날다
열네 살의 정사
불꽃놀이의 밤
우리가 섹스에 대해 하는 말
하늘색 자전거
열다섯 살로 가는 길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우리는 저 달 같은 존재인지도 몰라. 태양처럼 빛나는 건 어른이고, 우리는 떨어지는 고물을 받아먹고 있을 뿐이야. 자기 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어.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불모의 별이야. 아 참, 오랜만의 산책인데 이런 말을 하다니. 역시 난 바보야.”
우리는 나란히 손잡이에 몸을 기댔다. 나는 얼굴을 내밀어 수면을 내려다보았다. 운하의 물은 저무는 하늘을 비추며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도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렇지만 중학생이 언제까지고 계속되는 건 아니잖아. 언젠가는 나도 루미나도 변할 거야. 빛을 반사하며 저렇게 아름다울 수만 있다면 달이라도 나쁘진 않아.”
유즈루를 비롯한 중학생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은 어느 순간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물론, 그런 생각은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높은 곳에
서 떨어지면 박살이 나고 말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뭐든 가능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건 정말 괜찮은 느낌이다. 단순한 착각이든 망상이든, 뉴턴의 법칙보다 자기 자신을 더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맨은 그런 뉘앙스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린들 그게 착각이란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렇지만 때로 우리는 제정신을 잃어버리고 싶은 것이다.
준이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속도를 높였다.
“죽을 정도로 덥지만, 죽고 싶을 만큼 기분은 좋아. 이대로 천 킬로미터라도 달리고 싶어.”
넓은 챙의 모자 그늘에서 나오토가 말했다.
“정말 그래. 이렇게 달리면 학교도 병도 그저 꿈처럼 느껴져. 모든 게 다 거짓말이고, 지금 바람 속을 달리는 이것만 진짜 같은 기분이 들어.”
지난번에 아버지가 권해서 읽은 책이 생각났다. 나는 자전거를 탄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진짜는 아무것도 아닌 단순한 즐거움 속에 있지 않을까. 데카르트라는 사람의 책도 알고 보면 아주 간단한 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