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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교육학 > 교육 일반
· ISBN : 9788963720906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1부 1999년
우리 말 바로 쓰자고 하는 사람은 마음도 참 고와요 1999년 1월 15일 14/아, 나는 아직도 살아서 이 봄에 살구꽃을 보게 되는구나 싶었다 1999년 4월 16일 25/어쩌면 분노 때문에 살아가는 것 아닌가 싶다 분노가 없으면 죽은 목숨 아닌가? 1999년 8월 8일 54/사람 한 사람이 옮기는 데 무슨 짐이 이렇게도 많은지 1999년 8월 23일 62/혼자 노래를 부르는 것은 또 얼마나 좋은가! 외로운 것, 이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구나! 1999년 10월 7일 72
2부 2000년 ~ 2001년
긴 세월 저편에서 들려오는 소리, 저 소쩍새 소리를 꼭 시로 쓰고 싶다 2000년 5월 12일 130/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도 동화를 쓰고 싶어요 2000년 12월 13일 155/내 나이가 지금 일흔일곱이다. 아직도 살아 있는 이 몸이 너무나 고맙다 2001년 1월 5일 166/날마다 한 편씩 시를 쓰자. 그래야 내 정신을 긴장시켜서 기록을 남길 수 있지 않겠나 2001년 1월 27일 172/오늘도 곶감 내다 말리고, 낮에는 팥 삶아 냉장고에 둔 것 새로 끓이고 2001년 11월 7일 219
3부 2002년 ~ 2003년
아, 이제 몇 번 더 이날을 보낼 수 있을까 2002년 8월 15일 275/‘쉬운 말로 세상을 확 바꾸자’라는 제목으로 2002년 12월 22일 304/아버지 밥 못 잡수신다고 하면 좀 야단쳐, 나는 권 선생이 그토록 내 가까이 있었는 줄 몰랐다 2003년 6월 17일 347/내 삶의 한 평생, 오늘 하루를 끝낸 것이다 2003년 8월 19일 382/즐겁게 떠나니 웃으며 보내 달라 2003년 8월 20일 383
이오덕이 걸어온 길 387
저자소개
책속에서
다시 누웠다가 깨니 뒤가 좀 이상하다. 또 일이 터졌는가 싶어 손으로 더듬어 봤더니 괜찮았다. 뒷간에 가야겠구나 싶어, 조금 있다가 일어나야지, 하고 잠시 누워 있다가 일어났다. 그래 아픈 허리를 의자에 기대고 안정시키는 동안, 이대로는 아무래도 나오지 않을 것 같아 그만 참기로 했다.
그래서 이 일을 어떻게 하나 생각하다가, 노인들도 기저귀를 찬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그래 기저귀를 만들면 되겠구나 싶었다. 뭘 가지고 어떻게 만들까 하다가, 수건이 많이 있으니 수건 가지고 만들면 되지 않겠나 해서 수건을 접어서 대어 보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긴 끈을 넣어 맬 수 있게 할라다가 그만두고 옆에 고무 밴드를 대어 좀 늘어질 수 있게 해서 그렇게 하니 아주 간단하고 좋았다. 그래도 한참 걸렸다. 운동복 못 쓰는 고무 밴드 떼 놓은 것 버리지 않고 요긴하게 썼구나 싶다. 옷을 다 입어서 벗기 싫어 안 입어 보고 두었지만 아마 잘 맞을 것이다. 오늘 밤에는 차고 자야겠다.
이것 다 끝내고 골덴 겉옷(위) 단추 하나 달고 나니 7시 가까이 됐다. 이 골덴 보랏빛 겉옷은 거의 30년 전 안동서 산 것인데, 내가 지금도 겨울마다 가장 많이 입는 옷으로 나한테 효자 노릇 한다. 내가 아까 일어났던 시간이 5시쯤 되었는데, 그때 다시 누워 잘라다가, 바느질하느라고 두 시간 걸리고 나니 벌써 아침이 되어 바깥이 훤하게 밝아 온다. 간밤에는 네 시간쯤 잔 것 같다.
내 손으로 내가 쓸 기저귀를 만들다니, 사람 사는 것이 이것이구나 깨닫게 된다. 그렇다. 이것은 부끄러워 할 일도 자랑할 일도 아니다. 가장 절실한 사람의 행동인 것이다. 마치 밥을 먹는 것과 같이. _2001년 2월 1일 일기에서
오늘은 서울 손님 만난 시간 말고는 아침과 저녁때를 다 바느질로 시간을 보냈다. 밤에 배를 따뜻하게 할 필요가 있어서 수건을 두 장 겹쳐 꿰매어 썼는데, 그것 꿰맨 실이 풀어져서 그것도 좀 단단히 꿰매어야 했고, 다시 따로 수건 석 장을 그렇게 포개어 꿰매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런데 그런 바느질을 하니까 좀 재미가 나기도 했다. 글 쓰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다.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이고, 바느질하는 이런 재미를 남자들이 여자들한테 빼앗긴 것은 참 섭섭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_ 2002년 12월 8일 일기에서
어제 생각하니 이렇게 입맛이 다 가 버린 것이 내가 목숨을 다하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대로 안 먹고 누워 있다가 고이 떠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하니 그럴 수 없다. 어째서 내가 이렇게 세상일에 사로잡혀 있나? 지금 나는 이승과 저승에서 줄당기기를 하는 사이에 오도 가도 못 하고 있는 꼴이다. 어차피 아무런 희망이 안 보이는 세상을 그만 내버리고 훌훌 떠나야 하는데, 그래도 자꾸 세상 걱정을 하고 있으니 내 모습이 정말 딱하고 처량하다. _ 2003년 3월 31일 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