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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여행에세이 > 해외여행에세이
· ISBN : 9788964231395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아르헨티나에서 콜롬비아까지
아르헨티나
칠레와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
아마존과 브라질
베네수엘라와 트리니다드토바고
콜롬비아
리뷰
책속에서
내 눈이 희미한 불빛에 적응됐을 때, 바퀴 고치기에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차의 나무 휠을 고치기 위해서 창세기 때의 대장간이 시간 속에 남아 있었다. (중략)
“여행 떠난 지는 오래됐나?”
“제 말을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오늘이 여행 첫째 날입니다. 두세 시간 전에 떠났습니다.”
“그런데 벌써 문제가 시작됐어? 이런 식으로는 멀리 가지 못할 걸세.”
나는 쐐기 작업을 계속했다. 그런 평가는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말을 듣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돈 호세가 물었다.
“왜 여행을 하지?”
“우리 꿈이라서요.”
내가 대답했지만 뭔가 진지한 게 아니라 신기하게 들렸다.
“꿈이라……. 그렇다면 꿈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이런 무식한 사람 이야기는 듣지 말고 자네 자신의 소리를 잘 들어봐. 자네가 자신의 꿈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보면 다른 사람들의 삶은 살 줄 알면서 자신들의 삶은 전혀 살 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될 걸세. 그들은 자네에게 단지 ‘그렇지만’을 되풀이할 거고, 또 ‘아주 좋아. 그러나’라고 말할 걸세.”
휠 사이에 끼울 쐐기들을 보여주면서 그가 계속 말했다.
“단지 자네만이, 어느 누구도 아닌 자네만이 그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아는 거야.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이 비판하지 않던가? 그렇게 자네를 비판하는 이유는 자네가 뭔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지.”
― 본문 중에서
거대한 산들 사이에서 원추형의 조그만 산이 눈에 띄었는데 그 산에 대한 경외심으로 우리는 입을 다물었다. 조그맣지만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광물이나 금은이 아니라 뭔가 훨씬 더 귀중한 것이었다. 꼭대기에 십자가가 있고, 그 주변으로 아콘카과(안데스산맥 최고봉으로 약 7천 미터의 높이) 정상을 정복하려다 목숨을 잃은 안데스산 등산가들의 무덤들이 있었다.
그들은 목숨을 내놓았지만, 군인들이 아니었고, 명령도 받지 않았다. 그들은 원할 때 돌아갈 수 있었고, 배신자라고 불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목적을 달성했었을 때 영웅이라고 불리지도 않았을 것이지만 나한테 그들은 영웅이었다. 그들은 삶 그 자체를 위해서 삶을 내놓고 꿈을 찾았다.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가라고 하지 않았으며, 그들이 가지 않았더라도 그들에게 뭐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 일을 해야 된다고 말하는 소리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사람은 위험을 감수할수록 더욱 더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아콘카과에 오르려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그들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들은 산을 정복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정복하려고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출항했지만 다시는 나타나지 못했고, 많은 사람들이 목적지를 향해 먼 곳으로 떠났지만 달성하지 못했고, 어떤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두려움을 조금 느꼈지만 살기 위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더 두렵다. 나는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는 것보다는 살려고 시도하면서 죽는 것을 더 원한다.
― 본문 중에서
벽에 짚만 얹은 초라하고 작은 집이었다. 저녁은 냄비에 남아 있는 고기 몇 점이 다였다. 그리고 그들의 유일한 침대를 우리 잠자리로 내주고 자기들은 아이들하고 바닥에서 잤다.
아침에 우리가 깼을 때 그들은 아이들을 껴안으면서 우리에게 말했다.
“미안합니다. 더 대접할 것이 없어서…….”
그들은 우리에게 자기들이 가진 것을 전부 제공했으면서도 더 이상 줄 것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렇게 후한 대접을 받아본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줄 게 없을 만큼 적게 가진 사람도 없고, 받을 게 없을 만큼 많이 가진 사람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