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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64361122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16-03-31
책 소개
목차
이 책에 대해서
결정적 계기
좋은 아침입니다, 아름다운 부인이시여!
첫 만남
환영
코마
급사
나쁜 소식
정신, 치매, 그리고 행복
우리가 무엇을 하게 될지, 우리는 모른다
빈곤
영생의 들판
언제 집으로 갈 수 있죠?
고양이 꼬리
두 개의 경계를 넘다
터널
슈피글러트 부인의 아들은 매일 새로 죽는다
설교자
종말 처리장
단 한마디로
성역
착취
빈곤의 그림자
부조리한 나라에서의 돌봄
두려움과 빛
죽음: 들숨과 날숨, 그사이
인간이란 무엇인가? - 후기를 대신해
감사의 말
옮긴이 후기
책속에서
치매가 깊을수록 당사자는 즐겁고 신난다. 그러나 가까운 이가 정신적으로 점점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것은 남겨진 사람들로서는 끔찍한 일이다. 나는 환자의 가족들과 긴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그리고 삶과 죽음, 영성 또는 삶의 의미와 목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의 슬픈 어깨가 가벼워지고 눈물이 점차 미소로 바뀌어가는 것을, 이들이 어둠 속에서 한 줄기 가느다란 빛을 찾아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 이런 순간을 목격할 때 참 좋았다.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불빛일지라도 내가 그 불빛을 밝히는 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가냘픈 빛줄기라도 캄캄한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케르테스 씨는 요도에 소변줄을 끼우고 있었다. 고무로 된 소변줄은 음경 속을 관통하고 있었다. 하느님 맙소사, 왜 소변줄을 복부로 끼우지 않았던 걸까! 1980년대 말에는 의술이 거기까지 발달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소변줄이 요도에 늘 삽관되어 있는 상태에서 케르테스 씨는 끊임없이 고통받고 신경이 곤두섰을 것이다. 매일 아침마다 요도 입구에 누렇고 끈적이는 액체가 고여 있었다. 그걸 닦아내는 일도 쉽지는 않았지만, 그때마다 케르테스 씨는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 케르테스 씨에게 음식을 먹일 때, 가끔 그는 그 순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영원히 감겨버린 눈이긴 하지만 그 눈을 지그시 감고 말하는 것이었다. “좋아요, 랄프 씨. 베리 굿!”
나는 차라리 죽음이라는 껍질을 벗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다. 육체의 생명과 함께 삶도 끝난다는 것을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삶이란 것이 나의 육체적 탄생과 함께 시작돼 내 물리적 죽음의 순간에 끝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자연계의 모든 것이 삶은 끝없이 순환한다고 말한다. 밤이 지나 낮이 오고, 시든 꽃무더기 속에서 다시 꽃들이 피어나고, 겨울은 봄에 자리를 내주며 물러가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