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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4361719
· 쪽수 : 258쪽
· 출판일 : 2020-04-30
책 소개
목차
1장 까치를 그리다
1. 아버지, 안녕하세요
2. 나와 아버지의 내수동
3. 침묵으로 새긴 일제강점기
2장 가족도
4. 전쟁 중의 자화상
5. 명륜동 2가 22번지 2호
6. 결혼, 가족도, 덕소
3장 아버지와의 여행, 아버지로의 여행
7. 진진묘와 동양서림
8. 까치가 머물 곳
9. 아버지와의 여행, 아버지로의 여행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버지는 우리에게 항상 자상하셨다. 작은아버지의 빨간 기와집에 있으면서 학교에 가는 나를 위해 매일 아침에 연필을 깎아서 필통에 넣어주셨다. 그리고 내 머리를 깎아주신 적도 있다. 마당 한가운데 작은 걸상에 나를 앉히고 수건을 두르고 대야에 물을 떠놓고 곱게 빗어가며 내 머리를 잘라주셨다.
문제는 내 머리를 지나치게 전위적으로 깎아주셨다는 것이다. 동그란 바가지를 쓴 것 같았다. 다 자르고 난 다음 자른 모양에 너무 놀라 울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날 학교에 안 간다고 떼를 부렸다. 얼마나 유명한 머리였는지 아버지의 장례로 고향에 내려갔을 때 어떤 사람이 옆으로 와서 따님이라면 그때 머리 동그랗게 했던 그 여식이냐고 물을 정도였다.
-〈4. 전쟁 중의 자화상〉 중에서
하지만 아버지의 유머는 웃음을 머금게 한다. 술에 취해 계셔서 미워하면서 잠을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내 방문에 술을 오늘부터 안 먹겠다는 의미로 술병과 컵을 거꾸로 그린 그림을 붙여 놓고 나가셨다. 어느 날은 내가 다그치면서 술 좀 그만하시라고 하고 학교에 갔다 오니 내 방문 앞에 ‘술독에 빠진 아버지’를 시험지에 그려 놓고 나가셨다. 아직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
-〈5. 명륜동 2가 22번지 2호〉 중에서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낳을 때였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잠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바로 앞에 아버지가 계셨다. 눈을 뜬 나를 보시고는 “경수야, 수고했다, 수고했다.” 하며 내 손을 붙잡고 쓰다듬어주셨다. 보통은 남편들이 아내의 손을 붙잡고 제일 앞에 있다가 수고했다는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아버지가 그러셨다.
그리고 아버지는 곧바로 “경수야, 힘들었지? 이제 그만 낳아라.”라고 말씀하셔서 멀찌감치 뒤에 있던 당사자인 남편은 조금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아내가 깨어나길 침대 제일 앞에서 기다리면서 첫 아이를 낳자마자 당장 장인어른이 가족계획까지 세우셨으니 말이다.
-〈6. 결혼, 가족도, 덕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