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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정치학/외교학/행정학 > 정치학 일반
· ISBN : 9788964373514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20-05-25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01 정치의 역할
누가 정치를 잘하는가 | 가장 기억에 남는 법안 |
대표되지 않은 시민을 대표하는 일
02 국회가 하는 일
상임위원회와 전문성 | 의안이란 무엇인가 |
의안 심사 과정 79 | 본회의에서의 발언 | 다시 보는 무제한 토론
03 입법에 관한 권한
법이란 무엇인가 | 법이 필요한 경우 |
너무 많은 법안 발의 | 청원권에 대하여
04 재정에 관한 권한
예산이란 무엇인가 201 | 예산편성과 심사 과정 |
예산 심사를 잘하기 위해서
05 일반 국정에 관한 권한
국정감사 | 국정조사 | 인사청문회
06 좋은 정치를 위하여
국회에 대한 이해와 오해 |
정치를 통해 경제도 바꿀 수 있어야 |
정책 결정형 의회로의 변화 | 정치인의 언어 규범 |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07 정치의 기반
정치 교육은 청소년기부터 | 당원 가입의 자유를 |
지역이 튼튼한 정당 | 정치는 혼자 할 수 없다 |
정치는 정치의 방법으로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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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2004년 국회에서 처음 일하게 되었을 때 2020년까지 같은 곳에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첫 출근하던 날 국회 정문 앞에서 국회의사당을 바라보고 숨 한 번 크게 몰아쉰 뒤 들어서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 무거운 책무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 그리고 16년이 흘렀다. 나는 정치를 하면서 정치를 배웠다. 민주주의의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학습했다. 의회는 정말이지 최고의 ‘민주주의 학교’다.”
법(<홈리스 인권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고 난 직후 홈리스 단체와 함께 현장과 더 소통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현장 설명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장소는 서울역 앞 동자동 쪽방촌 공원이었다. 하필이면 추적추적 비가 내려 손이 시릴 만큼 추운 날이었다. 이런 날씨에 사람이 올까? 작은 공원에 천막을 치고 의자를 놓고, 사람들을 기다렸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분들이 법 제정에 관심이 있을까? 나의 의문에 답하듯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천막 안이 북적였다. 법안 설명이 시작되자 조용히 귀 기울여 들었다. 설명이 끝나고 사회자가 혹시 질문이 있냐고 하니 몇 분이 손을 든다.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일할 곳을 찾아 줄 수 있나요?”
“몸이 아파서 일을 못하는데, 가끔이라도 일할 수 있을까요?”
“방값이 너무 비싸요. 일할 때는 고시원에라도 가지만 일이 없으면 있을 데가 없어요.”
“잠잘 곳이 필요하오.”
“내 한 몸 누울 곳만 있으면 어떻게든 살아 보겠소.”
“법이 만들어지면 우리한테는 뭐가 좋아지는 거요?”
“그렇게 좋은 거면 법을 빨리 만들어 주시오.”
이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입법은 무생물의 규칙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절박한 삶의 문제를 다루는 일이다. 권력을 두고 다투는 정치가 나의 길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날이면, 점진적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허물어지는 날이면, 인간에 대한 실망이 커져 인간이 만든 정치제도조차 싫어지는 날이면, 나의 책임이 나의 능력보다 버겁게 느껴지는 날이면 나는 이 날을 생각한다. 나는 그저 대리자일 뿐이다. 입법권은 주권자가 위임한 권한이며 이 권한을 잘 사용하는 게 정치를 잘하는 방법이다.
우리 정치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시민권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시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일이다. 현재의 정당 체제가 달라져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건 사회경제적 약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정당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