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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4373699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1-04-18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1 이 말을 못 했는데 네가 내 곁에 없다
특별한 날 | 보고 배운 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한 | 한빛의 방 | 고양이 푸리 | 그리움은 가시지 않는다 | 해직 교사 | 힘들게 쓴 답장 | 아들 자랑 | 너무 늦었지만 | “나도 구경 다니고 싶다” | 기도해 주길 | 새 이름을 갖고 싶어 | 죽음과 함께 산다 | 적당히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 멀어지지 않으려는 노력 | 마지막 부탁은 거절할게 | “사랑하는 엄마에게, 한솔” |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 | 덜 추운 겨울을 보내기를
2 사랑하는 사람은 무덤이 아니라 기억 속에 묻혔으니
이층집 | 뻐꾸기시계 | 민물고기와 개울 순례 |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 스스로 찾을게요 | 아버지는 하고 나는 못한 것 |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 이 미친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 자전거 탄 풍경 | 네 마지막 선택까지도 | 엄마의 거짓말 | 하나 분명했던 마음 | 수험생 엄마 | 마음의 일 | 캠퍼스 탐방 | 프란치스코를 위한 기도 | 내가 죽지 않는 한, 아들도 죽지 않고 살아갑니다 | ‘운명’을 마주하는 법
3 이 바닥이 원래 그렇다는 말 대신에
아름다운 청년 | 함께 비를 맞는다는 것 |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안다 | 가슴에 묻었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희망 | 기억한다는 것 | 오.늘.이라 힘주어 적었다 | 조롱당하기 쉬운 마음 | 이 바닥이 원래 그렇다는 말 대신에 |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 | 계란을 쥐여 주는 사람들 | 슬픔 앞에 중립 없다 | 사람을 살리는 기적 | 고맙습니다
4 네 죽음이 지옥 같은 여기에도 빛을 몰고 오고 있다고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 |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 ‘우연’이 아닌 ‘인연’ | 뜻밖의 선물 | 이 모든 게 기적 같아 | ‘구걸’이 아니라 ‘초대’ | 한빛의 친구들 | 슬픔 자체는 극복할 수 없을지라도 | 저는 한빛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 네가 일으킨 작은 바람에 수많은 바람이 인다 | 네가 지옥 같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
나가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버이날인 5월 8일은 내 생일이다. 내가 몇 살인가? 헤아려 보지 않았다. 의미가 없다. 한빛 없이는 모든 것이 별 의미가 없다. 한빛은 엄마가 이렇게 살 것을 알았을까? 아니면 슬픔을 딛고 씩씩하게 살아가리라고 생각했을까? 한빛한테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 야속해서가 아니다. 이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도 죽음을 택할 만큼 한빛은 고통스럽고 힘들었을 테니까. 무섭기도 했을 것이다. 나는 엄마로서 아들의 처절한 아픔을 손톱만큼도 눈치 채지 못했고 헤아리지 못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래서 특별한 날이면 내 고통과 슬픔 때문이 아니라 한빛의 아픔을 알아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가슴이 찢어진다.
- 「특별한 날」
나는, 나는 오늘 한빛을 잊고 있었나? 오늘도 무던한 하루를 보냈다. 회의를 하고 결재를 하고 업무 보고를 받고 교내 순회를 했다. 그 속에 한빛이 없었나? 아니었다. 운동장으로 쏟아지는 5월의 찬란한 햇살을 보면서 ‘한빛아, 이 아름다운 계절을 왜 버렸니?’ 나만 느끼는 게 미안했다. 떠들고 장난치는 중학생들의 건강한 소음 속에서도 한빛을 생각했다. 운동장 구석에 하얀 눈송이처럼 핀 이팝나무를 보면서도 눈물이 핑 돌았다. 또다시 봄. 아무리 참으려 해도 슬프다. 스쳐 가는 봄바람에도 칼날에 에인 듯 아프다. 어떤 때는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와 화장실로 숨어들 때도 있다. 오늘 같은 특별한 날엔 애써 아무 생각 안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어떤 무게도 없이 흘려보내려고 했다. 그런데도 가슴이 답답했고 허허로웠다. 이 모든 게 한빛이 없기 때문이구나. 아무리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기 때문이구나. 내 앞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한 남자가 내 마음을 확인해 주었다. 갖은 양념에 울긋불긋 버무린 벌교 꼬막을 앞에 두고 우리는 한참을 소리 죽여 울었다. 덕분에 ‘진공’ 같은 하루의 삶을 얼마간은 덜어 낼 수 있었다.
- 「특별한 날」
다른 부모도 그랬을까?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갈팡질팡했다. 부모의 흔들리는 기준에 아이는 얼마나 헷갈리고 어른들이 마뜩잖았을까? 그럼에도 부모로서 깊이 고민하지 않았고 충분히 성찰하지 않았다. 아이는 어리고 자식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맞벌이라서 나나 남편이나 바쁘다는 핑계를 무기 삼았다.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욕에는 못 미치더라도 대화나 다른 방법으로 풀어 갈 수도 있었는데, 일부러 시간을 만들지 않았던 것 같다. 내 아이는 ‘절대로’ 벗어날 리가 없다고 교만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절대로’란 말을 이제는 믿지 않지만.
- 「힘들게 쓴 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