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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개신교) 목회/신학 > 설교/성경연구
· ISBN : 9788964476017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0-07-27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책을 펴내며
머리말
성폭력, 개인의 문제인가, 사회적 문제인가? - 박유미
1. 들어가는 말
2. 성폭행-전쟁의 패턴 보기
3. 성폭행-전쟁 패턴의 공통점
4. 나가는 말
피해자의 관점에서 읽는 디나의 성폭력 이야기(창 34장) - 이영미
1. 들어가는 말
2. 디나에 대한 세겜의 성폭행 사건(창 34장)
3. 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창 34:4-31)과 2차 가해
4. 나가는 말
‘선녀와 나무꾼’, 사사기 21장, 버닝썬클럽과 해체적 읽기 - 유연희
1. 들어가는 말
2. ‘선녀와 나무꾼’ 속 여성 취하기와 착취
3. 사사기 21장의 여성 집단 납치
4. 버닝썬클럽과 여성의 몸에서 짜낸 자본
5. 스스로를 해체하는 이야기
6. 나가는 말
미갈의 삶을 통해 보는 권력과 저항 - 이일례
1. 들어가는 말
2. 미갈의 삶을 통해 본 권력과 저항
3. 나가는 말
다말과 권력형 성폭력(삼하 13장) - 이은애
1. 들어가는 말
2. 다말 이야기(삼하 13:1-22)의 문학적 맥락
3. 다말: 왕궁 내 가족 성폭력의 생존자
4. 나가는 말
신명기 역사가의 여성 혐오주의 - 박혜경
1. 들어가는 말
2. 한국 사회의 여성 혐오주의의 보편성
3. 신명기 역사가의 불공정한 평가: 여성 혐오주의
4. 나가는 말
에스겔 16장의 폭력 남편 야웨 - 임효명
1. 들어가는 말
2. 야웨와 예루살렘의 서사
3. 상징적 이야기의 기능과 문제점
4. 나가는 말
성폭력의 피해자, 유딧 - 채은하
1. 들어가는 말
2. 유딧기의 배경, 구조와 내용
3. 유딧(의 저자)은 (反?) 페미니스트인가?
4. 유딧의 등장과 성폭력
5. 유딧은 성폭력의 그 자리를 잊지 못한다!
6. 나가는 말
주註
지은이 알림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사기 19장에서도 레위인 첩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화자는 희생당한 그녀의 이름도 언급하지 않는다. 19장 전체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익명인데 이런 익명성은 이 사건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그 당시 이스라엘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당시 여성은 언제든지 레위인 첩처럼 희생당할 수 있는 처지에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이런 우려는 사사기 21장에서 집단적인 납치 성폭행을 통해 현실로 나타난다. 레위인 첩은 아버지와 남편 사이에서 언제 여행을 떠날지 결정할 수 없었고 어느 성읍에 들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가 남편의 손에 끌려나갈 때 “살려 달라”고 외치며 얼마나 발버둥 쳤는지 남편에게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는지에 대한 언급도 없다. 또한 그녀가 성폭행당하고 돌아와서 문 앞에 엎드려졌을 때도 “문 열어 달라”, 혹은 “도와 달라”는 말을 했을 것이 분명한데도 그녀의 목소리는 완전히 삭제되어 있다. 이를 통해 화자는 기브아 노인 집에 있던 그 누구도 레위인 첩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그녀의 꺼져가는 미세한 음성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_ 박유미, <성폭행, 개인의 문제인가, 사회적 문제인가> 중에서
많은 주석가들이 세겜의 후속조치를 신명기법에 따른 책임 있는 자세라고 옹호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신명기 법조항은 두 사람이 현장에서 적발된 경우라는 조건이 전제되기 때문에 디나의 사건에 적용하기 어렵다. 출애굽기 22장 16-17절의 조항이 상황에 더 적절한 법 규정이다. 반면 세겜은 이스라엘인이 아닌데, 그가 신명기 성폭력 방지법 조항에 따라 사후처리를 시도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세겜이 성서의 성폭력 방지법을 자신의 실책을 무마하려는 시도로 고안했다면 세겜의 청혼이 성폭행 후 세겜의 집안에 갇혀있었을지도 모르는 디나의 제안에 의한 요청이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성폭력 가해자인 남자와 평생을 사는 것이 최선은 아닐지라도 고대 가부장제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라는 낙인이 찍혀 험난한 삶을 살아야 하는 디나가 최악의 상황을 피한 선택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블라이스는 성폭행을 당한 후에 가해자와 결혼한 여성의 목소리를 빌어 가해자의 달콤한 속삭임과 사랑 고백이 얼마나 죽을 만큼 끔찍한가를 들려준다.
_ 이영미, <피해자의 관점에서 읽는 디나의 성폭력 이야기(창34장)> 중에서
흥미롭게도 우리가 다룬 고대와 현대의 이야기에는 그 자체 속에 자기 고발, 불안과 심판을 안고 있고, 스스로를 해체하는 면이 있다. 해체에 대한 크리스토퍼 노리스(Christopher Norris)와 대나 퓨얼(Danna Nolan Fewell)의 간단한 정의는 이러하다. 곧, 해체는 본문 자체 안의 다른 목소리를 찾는 방식이다. 해체 읽기 방식에 의하면, 한 본문은 한 가지 절대적인 의미만을 갖지 않는다. 한 해석의 틈새를 뚫고 나오는 무언가 다른 목소리, 무언가 다른 뜻이 있다. 본문의 가능한 의미들과 기능들의 범위는 심지어 서로 상충하고 갈등하기도 한다. 해체적 독법에서 의미는 불안정하고 열려 있다. …
사사기 21장의 젊은 여성 집단 납치 이야기도 스스로를 해체하는 면모를 담고 있다. 사사기 21장의 표면에는 베냐민 지파 구하기 프로젝트를 강조하지만, 자기모순, 거짓말, 무원칙, 비논리, 책임회피 등이 있어서 이 프로젝트는 독자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기 어렵다. 21장은 사건의 발단인 한 여자의 집단강간 사건(19장)을 언급조차 하지 않고, 20장에서 성취한 전쟁의 결과(베나민 전멸)를 되돌리는 자기모순의 이야기이다.
_ 유연희, <‘선녀와 나무꾼’, 사사기 21장, 버닝썬클럽과 해체읽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