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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4600597
· 쪽수 : 381쪽
· 출판일 : 2010-08-1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2부
3부
4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를 이곳까지 이끌고 온 것은 어떤 부름일까?…… 이따금 그는 자문해보았다. 그럴 때면 무중력 상태에 내던져진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하였다. 그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나를 이곳까지 내몬 것은 어떤 힘일까?…… 때때로 그는 자신의 존재가 대기의 부양력에 의해 허공에 내던져진 아이올로스 플랑크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변적이고, 비산 먼지처럼 부유하고, 점착성 없이 부스러지기 쉽고, 지하 암석에까지 뻗친 유목의 피로 혈관을 가득 채운, 숙명적으로 가벼운 존재.
종려나무라는 나무는 그 이름을 잃고 새 이름을 얻어야 하리라. 이렇게 해서 새로운 이름, 새로운 언어가 태어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조금씩 더 줄어들 것이고, 그것을 기억하는 산 사람이 줄어들수록 그들 주위의 죽은 자들은 점점 더 늘어나리라. 죽은 자들의 이름, 죽은 낱말들은, 그들을 대신해서 만들어진 낱말들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진 뒤에도 기억되고 또 기억되리라. 왜냐하면 진정으로 살아 있는 것은 그들이기에. 이름도 없는 이 땅, 흩어진 숨결 같은 이 고장에서 참으로 살아 있는 것은 죽은 자들이기에.
그는 새와 얽힌 스승과의 각별한 인연에 대해, 스승의 딸인 유림과의 미친 듯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꼭 그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와 동시에 움트기 시작한 불행들?교통사고에 의한 아들의 죽음, 아내와의 파경, 유림과의 이별에 대해, 그리고 끝으로 스승의 병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상실과 버림받음의 극단적인 형태로 다가왔던 선택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러고 나니 가슴이 후련해졌다. 참 오랜만에 자기 자신을 마주 보는 기분이었다. 맞닥뜨린 벽처럼 느껴지던 기억들이 수굿하게 스며들어 일체가 되는 느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