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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한국사회비평/칼럼
· ISBN : 9788964621042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8-12-10
책 소개
목차
머리말: 비천한 육체의 농담
민족-멜로드라마의 악역들―『토지』의 일본(인)
비천한 육체들은 어떻게 응수應酬하는가―산란散亂하는 제국의 인종학
‘국어’의 정신분석―조선어학회 사건과 『자유부인』
“오늘의 적도 내일의 적처럼 생각하면 되고”―‘일제 청산’과 김수영의 저항
우리를 지키는 더러운 것들―오지 않은 ‘전후戰後’
자기를 지우면서 움직이기―‘한국학’의 난관들
‘위안부’, 그리고 또 ‘위안부’
저항과 절망―주체 없는 주체를 향하여
제국류類의 탄생
천지도처유아사天地到處有我師―『복화술사들』그 전후前後
제국의 구멍―『조선인 강제연행』의 번역에 부쳐
출전
저자소개
책속에서
고전적 멜로드라마는 모더니티에 대해 다소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되는 이중의 심리적 반응을 보였다.
프란츠 파농은 식민 종주국인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피식민지 모로코 출신의 흑인 남성 엘리트들이 프랑스 영토에 첫발을 딛자마자 하는 일이 백인 창녀를 ‘정복’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통해 피식민자에게 내면화된 식민주의적 의식과 그 분열을 분석한 바 있거니와, 누이동생이 ‘지배민족’과 연애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 저 ‘오빠’의 내면이야말로 실로 문제적이다. (…) 피식민지 남성에게 주어지는 이 ‘거세’의 감각이야말로, 식민주의의 모방의 결과이며 또 계속해서 그를 식민주의의 모방자로 만드는 심리적 동력이다. 그러므로 ‘정복자의 여자’를 ‘정복’함으로써 거세된 자신의 남성성을 되찾고자 하는 피식민지의 남성이야말로 식민주의를 충실하게 학습한 영원한 노예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이동생이 일본인과 연애한다는 사실에 대해 치욕감을 느끼는 ‘오빠’ 유인성은 왜 조선 남자가 일본 여자와 관계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치욕감을 느끼지 않는 것일까? ‘정복자의 여자’를 ‘정복’한 ‘피정복자 남성’의 쾌감이 이 남성들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신의 여자가 정복자의 남성과 관계하는 것에 대해 이 남성들은 심한 무력감과 분노를 느낀다. 이 분노와 무력감을 그들은 어떻게 해결하는가? (…) 외부로부터의 침략을 여성 신체에 대한 훼손으로 표상하고, 그렇게 훼손된 여성 신체를 말소시킴으로써(“자결”) 상처로부터의 회복을 기도하는 난폭한 가부장주의는 제국주의의 식민지 정복과 언제나 짝을 이루는 것이었다. 유인성은 그러한 피식민지 남성의 심리를 전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누가 뭐래도 인실은 조선의 딸이고 조선의 잔다르크야”라고 말할 때, 그는 참을 수 없는 치욕감을 누이를 화형(잔다르크)시킴으로써 해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