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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5021049
· 쪽수 : 351쪽
· 출판일 : 2010-08-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불륜
2. 그 남자①
3. 그 여자
4. 첫사랑
5. 그들
6. 맏며느리
7. 그 남자②
8. 사랑
9. 그 남자③
10. 옐로카드
11. 출판
12. 재회
13. 시앗
14. 추억 여행
15. 동행
16. 남자 육십대
17. 환갑
18. 필요악
19. 바람
20. 삭제
21. 생일
22. 상념
23. 봄
24. 초대
25. 재기
26. 연극
27. 이별 여행
에필로그
등장인물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강인수의 집안은 대대로 부인을 둘 두었다. 할아버지가 그러했고 아버지도 그러했다. 강인수에게는 배다른 사촌과 배다른 형제가 있었다. 시대가 그러했으며 능력 있는 남자는 부인을 둘 둔다는 말이 서영은 용납되지 않았다.
명절 차례 상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작은 할머니 밥그릇이 놓였고 아버지와 어머니, 작은 어머니 밥그릇이 놓였다. 남자 한 명에 여자가 둘씩이다. 여섯 분의 어른이 한꺼번에 차례 상을 받으시는 장면은 다른 집안에는 없는 장면이었다. 친형제와 배다른 사촌과 배다른 형제, 조카들까지 합치면 사십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그런 식의 차례 상은 오래 지속되었다. 배다른 사촌 시동생이 세상을 뜬 후에 명절 차례 상은 분리되었다.
작은어머니들이 똑같은 대우는 받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자식을 낳아 주었으면 다 같은 부인으로서 똑같이 예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똑같이……. 조금도 차이를 두지 말고……. 이 점이 이상했다. p.28 <그 남자①> 중에서
인수는 두 여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나날이 뻔뻔스러워졌다. 두 아파트 열쇠를 공공연히 자동차 열쇠에 매달고 다녔다.
“이건 무슨 열쇠예요?”
“아, 그거? 지연이 아파트 열쇠야.”
때론 거짓말도 필요하다던 인수는 이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나 지연이랑 여행 다녀올게.”
여행 가방 찾는 걸 도와주지 않는 서영에게 인수는 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
“당신 이혼 당하고 싶어?”
인수는 그렇게 말했다.
“걔가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씹이 좋다! 왜?”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말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서영의 입을 닫게 하는 방법으로 인수는 섹스를 이야기했다. p.71 <그들> 중에서
《시앗》의 출판 이후 모든 시집 식구들이 서영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서영은 그런 시집 식구들을 보면서 더 이상은 그 집안에 머무를 수 없음을 깨달았다. 오지 않는 동서들을 외면 한 채 혼자서 명절 준비와 제사 준비를 해 온 삼 년 동안 서영은 날마다 이혼을 꿈꾸었다.
시앗의 집을 들락거리면서 아직도 강인수는 서영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었다. 관념의 차이였다. 시대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강인수는 ‘그것’을 남자의 능력이라고 주장했다. 여자의 숫자는 남자의 능력이라는 것이었다. 시대를 초월한 능력이라고 말했다. 애초부터 강인수에게는 죄책감 같은 것은 없었다. 강인수에게는 도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서영에게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다. 능력대로 사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그건 남자의 능력이야!”
아들에게도 그렇게 말하는 인수를 보며 서영은 아연실색했다. 그것은 자식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나폴레옹도 여자가 여럿이었고 왕건이나 세종대왕도 여자가 많았어. 독립투사 치고 조강지처랑 살았던 사람이 있는 줄 아냐?”
“저도 그렇게 살라고요? 전 그러면 집사람에게 쫓겨나요.” p.180 <시앗>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