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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65133001
· 쪽수 : 23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우리는 왜 외로운 걸까
1장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귀찮아
2장 너무 쉬우면 바라지 않아
3장 내가 없는 연애
4장 선택이란 선택하지 않는 것을 감당하는 것
에필로그 현실적이지만 따뜻한 사람이어야 했다
리뷰
책속에서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여자라면 당연히 당장 꺼지라고, 다시는 보지 말자고 화를 내야 맞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멜린은 가만히 있었다. 멍하니, 심지어 어딘가에 홀린 듯했다. 멜린은 궁금했다. 이 엉뚱한 매력을 지닌 새로운 로맨티스트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마침내 멜린은 이불을 가슴 앞에 움켜쥐고 몸을 일으켜, 천천히 지기한테 다가갔다. 한 마리 고양이처럼 얌전하게.
멜린은 자신의 입술을 지기의 입술에 닿을 듯 말듯 가져간 채 아주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인생 한 번뿐이잖아.”
멜린은 지기의 키스를 기다리며 두 눈을 감고 그 순간을 영원히 남기려 했다. 야무진 꿈이었다. 지기는 키스는커녕 한 번 안아 주지도 않고 그저 멜린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너 참 마음에 들어. 적어도 넌 귀찮게 구는 여자애들과는 달라 보여.”
멜린이 원하는 것은 그게 전부였다.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그것이 선의인지 악의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싸구려 샴페인 한 잔을 앞에 두고 마냥 행복해하며 결혼 30주년을 기념하는 부부의 모습은 그 옛날 전설적인 스토리로 남겨진 지 오래되었으니까.
서프라이즈, 판타지. 멜린이 바라는 것은 그뿐이었다. 지기를 만나기 전까지 몇 번 있지도 않았던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바랐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멜린은 남자 보는 눈이 낮아진 상태였다. 사랑을 정치로 잘못 알고 ‘연애 임기’ 두 차례를 무능력하게 치른 탓이었다.
첫 번째 남자는 편의만 생각하고 골랐다. 멜린의 옆집에 사는 남자였다. 두 번째 남자한테는 질질 끌려다녔다. 남자 쪽에서 맥주 값까지 냈고, 멜린은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편한 쪽이든 남자가 하자는 대로 끌려다니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억지로 쥐어 짜낸 단편적인 감정은 멜린에게 별다른 화학 작용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지기와는 달랐다.
멜린의 불행은 거기에서 비롯되었다.
“난 원칙이 있는 사람이야! 이 여자애가 날 사랑하고 있다고. 그런데 내가 걔를 차면 걔 마음이 어떻겠냐. 걔한테는 지구 종말보다 더한 상황이라고. 내가 장담컨대 걔는 미쳐 버리고 말 거야.”
…중략…
“그건 정말 아니야. 그렇게는 못 해. 사람이 양심이라는 게 있지. 어떻게든 나보다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나는 게 좋을 거라고 걔를 설득해 봐야지. 분명히 널 사랑해 줄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지기의 말이 끝나고 잠시 뒤, 잠자코 있던 파리가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나지막이 한마디 내뱉었다.
“그 여자애가 널 차게 만들 거라는 거지? 그건 너무 복잡하지 않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