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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5292470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0-08-31
책 소개
목차
추천사_ 황서미의 글, 웃지 않을 수가 없다!
프롤로그_ Respect you, 니가 뭘 하든 간에
제 1장. 콜 미 바이 유어 네임_사랑 그 몹쓸……
그대 이름은 하객 알바
너의 당당함을 영원히 사랑할 수 없었어
사랑, 그 거룩한 저항
도쿄에서 길을 잃다 -소피 칼의 『시린 아픔』을 읽으며
곰신 오브 레전드
부부의 세계-작은 옹녀 비긴즈
제 2장. 혐오스런 황서미의 일생
놓쳐버린 아들의 소년기
침묵은 가장 끔찍한 아우성이라는 것을
나를 절대로 때리지 말라
여자, 의문의 1패
완벽한 타인
제 3장. 시스터 액트_수녀원에 있다가 나오셨다구요?
첫날, 예수님이 남자라서 그나마 버틸 만했습니다
에덴동산에 헬게이트 열렸네
수녀원을 박차고 나오심을 묵상합시다
제 4장. 내일을 향해 쏴라
탈모는 병이 아닙니다 -카피라이터
퀸가로 살아남는 법 -면세점 에이전시 직원
수상한 고객들-보험설계사
왜 이래, 나 치킨 대학 나온 여자야 -프랜차이즈 닭 회사 수퍼바이저
휴먼, 나는 야설 교정 알파고입니다
나, 너희한테 말 시켜도 되니? -생과일 주스 가게 알바
널 사랑하지 않아. 너도 알고 있겠지만 -영어 유치원 선생님
도대체 작가는 언제 되는 건가요?
제 5장. 굿’바이_이승 to 저승 익스프레스
『술통』 장승욱 님을 기리며
멋쟁이 105호 아주머니의 라일락엔딩
너 생각하며 썼어, 임마 -풋사랑을 기억하며
자택에서 숨 쉰 채 발견
할매가 니 굶기지는 않으신단다
미혼모는 없어, 엄마일 뿐이지
대신 울어주는 여자, 곡비
꿈의 궁전으로 오세요 -시인을 기리며
제 6장. 미스 리틀 선샤인_콩가루 가족의 여행길
엄마와 딸, 이인삼각 인생 달리기
그냥 엄마가 주는 대로 먹어라
아들 만두, 지구별에 놀러온 아이
가자, 장미 목욕탕으로
엄마가 아이에게 이슬이 내릴 때
에필로그_ 나를 자극해준 여러분께 감사 _ 232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인생의 현재 스코어에서, 나는 남편이 다섯 명이다. 다섯 번째 남편이랑 지금 8년째 살고 있다. 이 정도면 아주 오래 살았다. 예전 네 번의 결혼 생활은 모두 3년 이내에 종을 쳤으니 꽤 좋은 성적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 사는 것하고 똑같다. 현 남편직을 수행 중인 이와도 중간에 헤어지네 마네, 산으로 가고 싶네, 별로 가고 싶네, 난장을 치기는 했다. 이렇게 살아온 8년이다. 아, 오래도 살았다.
‘여러 번의 결혼과 이혼’으로 말하자면 다들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떠올릴 것이다. 나는 그런 미모의 여배우도 아니고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사람인데, 어쩌자고 무슨 결혼을 그렇게 많이 했나 다들 궁금해한다. 내 앞에서 얘기하지는 못해도 나에 대한 의혹들은 하나씩 있다. 내가 그것을 왜 모르겠나.
어떤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다. 호르몬을 공부하다 보면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해’란 말이 도저히 나올 수가 없다고. 인간 신체의 구조상 그 ‘영원’이란 말이 성립될 수가 없다고 한다. 세포는 날마다 탈락과 재생을 반복한다. 우리 몸에서 분출되는 호르몬도 항상 일정할 리 만무하다.
어느 날 함께 카페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틱 증세가 아주 심하게 나타나는 바람에 물컵을 쳐서 깨뜨렸다. 쨍그랑 소리가 나자 사람들의 시선이 이 친구한테 모두 집중됐다. 순간 그의 얼굴을 바라보니 ‘읍읍’ 하며 뭔가 참는 것 같았다. 화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창피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단순히 얼굴로 순식간에 피가 몰리는 느낌에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나가자!” 하면서 앞서서 빠른 걸음으로 카페를 빠져나가고 있는데, 못 참겠는지 그가 결국 뿜었다.
“꺼억!! 씨발 조오또오오오!”
일순간 카페가 얼어붙었다. 처연하게 아름다운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서 총성이 울리는 가운데 누군가는 슬로모션으로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그런데 날씨는 왜 이렇게 좋은지. 너무나 아름답고 맑은 날씨 속에 배경음악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다른 사람들은 모두 멈췄는데, 우리 둘만 그 정적을 뚫고 나가는 듯했다. 사랑은 끝났다.
“저 눈도 이상해요. 맞아서 이런 건지 아니면 우연히 오늘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요.”
“안과 연결해드릴게요.”
내 오른쪽 눈은 그날 이후 평생 맑은 하늘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갈비뼈는 두 대가 부러졌는데 깁스도 못 하고, 손 쓸 방도도 없다는 이야기만 듣고 돌아왔다.
어두컴컴한 집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별 느낌 없이 움직이던 ‘내 소유’의 몸이 그날따라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생소했다. 내 몸은 내 것이다. 다른 이가 훼손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와서 때린다고 해서 얼른 때리고 가라고 등 대주는 일은 내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결국 오른쪽 눈의 가벼운 장애와 갈비뼈 박살, 그리고 각 대봉투 2개를 꽉 채운 진료 기록지와 진단서만 남기고 두 번째 결혼 생활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햇수로 3년에 걸쳐 간간이 얻어맞았다. 그런데 참 바보 같은 것이, 그렇게 맞고도 나마저도 내가 다른 여자들보다 기가 세서, 아니면 내가 뭔가 잘못해서 맞는 것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