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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비평/이론
· ISBN : 9788965643050
· 쪽수 : 600쪽
· 출판일 : 2025-05-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포스트)회화의 회화성
노경민: 빛이 있으매 빈 곳입니다
전은진: 얕고 옅은 관계를 위한, 덜 그린 풍경화
최모민: 갇히려는 자의 장르화, 회화
서원미: 기억의 유령, 회화의 살
윤미류: 인물화 안 수행적 회화
박경작: 세속으로의 은둔, 회화로의 망명
최재영: 으스스한 회화가 회화적 회화일 때
만욱: 구조를 보는 자아의 회화 프레임 건드리기
장파: 비체 소녀 구멍, 여성주의 언니 웃음
김상표: 둘을 위한 퍼포먼스, 페인팅
2부 너에게/너를 위해 사진(을)
성남훈: 나를 비추이는 꽃우물의 너는 누구인가
주황: 떠 있는 여자들을 떠도는 감각
한경은: 듀얼 모놀로그—살과의 동거, 너와의 만남
김지연: 놓고 보면 네가 사라지는 시간
김옥선: 둘의 대치, 그리고 함께 있을 뿐인 사랑
성지연: 위장된 허무주의, 명백한 표피성, 함축된 취약함
3부 비극에 시간을 더하면 웃음
임영주: 명랑 샤먼의 무차별적 평등론
최수련: 웃는 여자가 베낍디다
채프먼 형제: 《이성의 잠》—파괴를 위한 교정
이순종: 명랑착시낭비구멍실눈플레이어
배철: 당사자-유머리스트의 자기 재현
차연서: 웃는 여자, 보는 아이, 엮이는 유충들
4부 소년소녀 퀴어들
조이솝: I am what I am (not), therefore I exhibit
김한결: 우연의 길목에서 신파, 무력한 사물에서 희망
한솔: 버르적거리는 질주, 흉내 낸 경쟁, 은닉된 신체
김지민: 노스탤지어, 알레고리, 인용, 아이, 아
김보미: 그들은 손가락질하고 나는 상상한다
정경빈: 그라운드 제로에서 또 계속하기
5부 개념적 탈내기
박경종: 세속의 회화가 세속적 회화
김남훈: 가벼운 생과 사의 덫, 매혹, 틈의 살
김수나: 김수나는 “이미지와 물질은 하나다”라고 말했고,
나는 “사진이 레이어를 갖게 되는 때죠?”라고 반복했다
연기백: 자아의 바깥, 동(명)사의 미동(微動)
박창서: 선은 단명하고 흐릿한 생은 경계에서 흐른다
박다솜: 명랑한 임포, 궁핍화의 전략
박은주: 빈곤함의 충만함 속 나의 당신들
라오미: 불로장생의 도상들 그리고 시대착오적 동시성
6부 둘 셋 그 이상 우리 코뮌
홍혜림: 굽었거나 사라진 여자들을 위한 세우기, 실수하기
전장연: ‘낮은’ 사물들로 세워진 추상적 조각의 스토리텔링
사운드 콜렉티브: 셋의 함께 있음, 명랑 따듯한 콜렉티브
이제: 우리가 함께 춤을 추는 당분간, 여자, 여자들, 친구들
이희경: 취약성의 유대, 차이의 공공성
이지환: 노동하는 가족과 연대의 유희
방정아: 변두리 여자들 혹은 아줌마들에게 보내는 찬가
장영애: 행복의 발견 서사는 마침내 공(空)을 쥔다
장은의: 나와 당신의 공존을 위한 포스트회화적 제안
저자소개
책속에서
누구나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들어줄 사람을 기다린다. 잘 들어주는. 맞장구를 쳐주는. 나를 닮았거나 내가 원하는 얼굴로 내 이야기를 경청할. 내 아픈 이야기를 듣고 웃거나 내 웃긴 이야기를 듣고 화를 내거나 내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고 비웃는 사람은 상처가 된다. 그 이야기는 다시 저 아래로 퉁 하고 떨어진다. 물론 상처는, 상처도 좋은 것이다. 이야기는 재미있거나 진실하거나 웃김을 잘 짜야 할 것이다.
내가 말하는 들려줄 이야기는 물론 속에 담아둔 것이어서, 비밀이어서, 아마도 처음 밖으로 나와 청자를 곁에 둘 때는 나도 아직은 뭐가 핵심인지를 알지 못할 때가 많다. 나는 내 이야기로 뭘 기대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 이야기는 내게 깃든 것이어서 꼭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를 타고 흐르는 그 이야기를 꺼내야 할 때는 알지만 그 이야기가 뭘 말하라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나는 메신저, 목울대 같은 것이다.
잘 들어주는 사람은 그래서 단지 내가 원하는 대로 들어주는, 내 분신이라기보다는 함께 이야기를 짤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킬 것 같다. 이야기는 명령하고 너와 나, 우리는 함께 그 이야기를 짠다. 잘 짜인 이야기는 마치 내 것 같아져서 내가 저자라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우리가 짠 이야기의 저자는 이미 둘이어서 그것은 독창성이나 원본성 같은 기원의 가치나 의미로 정리되지 않는다.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그래서 ‘공동체’를 만드는 수행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