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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5702566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5-06-2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_ 우리 삶을 반성과 지혜로 이끄는 반전의 드라마들
1. 강직함 속에 감춰진 하심下心의 사나이 _ 민병돈
2. 인간은 스스로 정의롭다고 생각할 때 불의에 빠진다 _ 조영래
3. 남을 용서할 줄 알아야 자신도 용서할 수 있다 _ 노무현
4. 세상의 평판은 진실과 무관하다 _ 김재명
5. 진정한 무사는 곁불을 쬐지 않는다 _ 이명재
6. 인간 내면의 폭력성은 어디에서 기원하는가? _ 김태촌
7. 리더의 품격은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나? _ 김정일
8. 산은 오르기보다 내려오기가 더 어렵다 _ 김영삼
9.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은 진정 무엇인가? _ 손석희
10.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 _ 김훈
11. 현장에서 살며 사람을 중히 여긴 신문인 _ 방우영
12. 정공법으로 뚫고 나간 인고의 세월 _ 김대중
13. 소신에 미쳐본 적 있나? _ 조갑제
14. 굴신도 마다하지 않는 솔직한 현실감각 _ 박지원
15. 열정과 추진력이 품은 양날의 검 _ 어윤대
16. 업業을 향한 지고한 삶의 자세 _ 정명훈
17. 신화는 없다 _ 이명박
18. 모든 승부는 후반전에 결정난다 _ 김영수
19. 사형수의 뒷모습에서 본 삶의 소중함 _ 김대두
20. 진정한 혁명은 자신과 치열하게 싸우는 것 _ 박노해
에필로그 _ 세상과 역사는 결코 모범생들의 드라마가 아니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승승장구할 때는 세상의 진면목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내려올 때는 세상의 참모습이 보인다. 잘 나갈 때는 그 사람의 본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내려올 때는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정상에 오르게 한 바로 그 이유가 그를 추락하게 만든다. 자신감은 바로 그 자신감이 독이 돼 추락하며, 정의는 바로 그 정의 때문에 몰락한다. 그를 비판하고 손가락질했던 이유가 실은 그 사람의 삶을 지탱해준 힘이다. 현실적인 사람은 바로 그 현실성으로 자신의 세계를 일궈내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이는 바로 그 점 때문에 결정적일 때 큰 힘을 발휘한다.
나는 삶에서 수많은 반전反轉을 목격하거나 체험했다. 악연에서 출발했으나 평생 인연으로 발전한 경우도 있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행동이 훗날 형편없이 그릇된 것임을 깨달은 적도 있었다. 내가 기대했던 이가 어이없게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는 것도 보았으며, 악마로 여겼던 이가 도리어 내 삶에 희망을 던져주기도 했다. 그 반전과 반전의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변화무쌍한지, 인간 개인이 얼마나 무지하고 취약하고 불완전하며 동시에 위대한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우리나라의 시대상과 사회,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이며, 남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얘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 프롤로그 _ 우리 삶을 반성과 지혜로 이끄는 반전의 드라마들
서울구치소가 지금 경기도 의왕시로 옮겨온 1987년 이전, 서울 현저동 구舊 서울구치소 시절엔 ‘지옥 3정목’이라고 불리던 샛길이 있었다. 의무실로 가는 길에 사형장으로 꺾이는 왼쪽 길목을 말했다.
옛날에는 사형수들이 여기서 자신의 운명을 비로소 알았다고 한다. “이쪽으로.”라는 말에 사형수는 순간 멈칫하고 교도관을 바라본다. 그 시선은 이미 초점을 잃고 있다. 그런 시선으로 멀리 산을 보고 푸른 하늘을 보고 뒤돌아 사방舍房을 쳐다본 후 고개를 푹 떨군 채 땅을 보고 걸어갔다는 것이다.
자유당 시절 정치깡패였던 이정재는 여기서 평소의 의연한 자세를 잃고 “이놈들이 날 죽인다.”고 고함을 지르며 버텼다. 연예계 대부로 군림한 임화수는 “엄마, 나 죽기 싫어.”를 연발하며 어린애같이 엉엉 울고 발버둥 치다 끌려갔다는 얘기가 교도관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시해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은 인간의 연약한 본성을 드러내면서 죽은 축에 속했다.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김씨는 처형 직전 스님의 집례를 거부했다. 그러나 두 손으로 꼭 쥔 염주를 굴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나무아미타불을 계속 복창했다. 그는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유언을 했다.
“날 죽일 필요가 없잖아. 이건 크게 잘못하는 거야. 나는 내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유언이 조리를 잃고 비방으로 발전하자 집행관이 눈짓을 했다. 집행자들이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뒤에서 두건을 씌웠다. 염주알을 잡은 김씨의 두 손이 더욱 다급하게 떨리고 있었다.
- 19. 사형수의 뒷모습에서 본 삶의 소중함 _ 김대두
민병돈은 1989년 퇴임 후 공직 제의를 일절 뿌리친 채 40여년 전 마련한 서울 양천구 목동 집에서 중풍 걸린 아내를 수발하며 산다. 그리고 늘 허름한 점퍼를 걸치고 보수단체 모임에 나가 묵묵히 도와주며 나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노태우 정권 때는 물론 DJ, JP 측에서 서로 영입하려고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군인 외의 길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타고난 군인이다. 어려서부터 군인이 되고 싶었다. 서울 출신인 그는 휘문중 3학년이던 만 15세 때 6·25가 터지자 학도병으로 참전해 총상을 입기도 했다. 고된 군대생활도 그에게는 낙樂이었다. 그는 부하들을 엄하게 다뤘다. 원칙에 어긋나거나 꾀를 부리면 가혹하게 처벌했다.
그러나 가난한 휴가병에게는 주머니를 털어 차비와 닭 한 마리 사갈 돈을 쥐어줬다. 연대장 시절 참모들이 만들어준 기념패에는 ‘차갑고도 뜨거우며, 무섭고도 인정 많은 연대장님께’라고 씌어 있었다. 그의 집에는 지금도 수십 년 전 부하들이 찾아온다. 채소나 곡식을 가져오기도 하며, 자식 결혼식에 주례를 부탁하기도 한다.
인간 민병돈을 볼 때마다 나는 ‘하심下心’을 느낀다. 불교 용어로 하심은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이다. 그는 위만 바라보기 쉬운 군대라는 계급 사회에서 드물게 아래를 굽어 살피며 살아온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부하들이 제대로 대우받고, 원칙에 맞게 살며, 전투를 잘하는 군인으로 만들 것이냐가 그의 주관심사였다. 3성 퇴역 장성인 그는 골프도 안 친다. 심지어 자동차나 휴대폰도 없다. 잘난 체하지도, 무용담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 강직함 속에 감춰진 하심의 사나이 _ 민병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