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5706137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8-04-09
책 소개
목차
머리말 |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간호사의 진솔한 이야기
1장 저승사자와 싸우는 간호사들
밀린 보험료와 맞바꾼 꿈
간호사 실기시험에서 떨어진 날
두 개의 세상
간호사와 환자의 거리
환자의 밥을 먹은 간호사
계속 간호사로 살아도 될까?
때론 간호사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
간호사도 사람이다
착한 간호사는 머물 수 없는 나라
중환자실 이야기
저승사자와 싸우는 간호사
수액 바늘을 꽂다가, 문득
“당신 덕분에 내가 살았어”
다친 마음이 더 이상 닫히지 않으려면
그렇게 간호사가 된다
나는 나의 결정을 믿는다
2장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
- 메르스 사태의 한가운데에서 보낸 14일
50대 여성 환자
15번
허를 찔리다
생이별
코호트 격리
세상이 마음을 닫다
비난의 화살
간호사의 편지
기적이 일어나다
코호트 격리 끝 - 두 번째 편지
메르스 종식 1년 - 마지막 편지
3장 간호사, 그 아름답고도 슬픈 직업에 대하여
마지막 약속
처음으로 저지른 실수
두 번의 죽음
중환자실의 이방인들
또 다른 엄마
마지막 면도를 준비하는 시간
돈만 아는 사람들
에어백과 카시트
아기 사진에 붙어 있던 밥알
기억을 잃는다는 것
꽃잎 몇 장 떨어져도 꽃은 꽃이다
목숨 대신 미국 국적을 선택한 여인
자식 잃은 부모는 영원히 침몰한다
고향 가는 길
지키지 못한 마지막에 대하여
욕쟁이 할머니의 쓸쓸한 침묵
서른 살, 전쟁은 그렇게 끝났다
인간에 대한 예의
내 편이 되어줘
희생의 의미
간호사, 그 아름답고도 슬픈 직업에 대하여
맺음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일반적으로 간호사는 ‘백의(白衣)의 천사(天使)’라고 불리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백 가지 일을 해야 하는 ‘백(百) 일의 전사(戰士)’가 되어야 했다. 응급환자를 옮겨줄 사람이 없어 직접 그 일을 하다가 허리를 다치고도 대체 인력이 없어 다친 허리를 복대로 감아가며 환자들을 돌봤다. 너무나 허기진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환자의 밥을 입으로 가져간 간호사도 있었다. 근무 틈틈이 병원의 지시에 따라 병원 수익 창출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야 했으며, 며칠 밤을 새며 그 아이디어를 돋보이게 해줄 발표 자료를 직접 만든 간호사도 있었다. 근무시간이 끝나도 돌보던 환자가 누워 있는 침대를 닦아야 했고, 급작스러운 심폐소생술이 끝난 뒤 환자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져도 정신없던 순간에 분실된 응급 비품은 간호사들의 사비로 채워놓아야 했다. 병원이 주최한 건강 강좌에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참석했고, 병원 행사가 있으면 휴일을 반납해가며 적성에도 맞지 않는 장기자랑을 준비해야 했다. 환자를 돌보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 점점 줄어가자 몸과 마음도 덩달아 지쳐갔다. 그럼에도 그 옛날 언젠가 촛불을 들고 읽어내려갔던 선언문처럼 ‘간호사로서’ 내 환자들을 끝까지 지켜내고 싶었다. _머리말
할 일이 태산 같아 마음은 조급했지만 그와 달리 내 몸은 눈치 없게도 배가 고프다며 아우성이었다. 아침도 거르고 온 터였다. 중환자실 책임자는 중환자실 내에서는 냄새 때문에 커피도 마시지 못하게 했다. 환자를 배려한 결정이었지만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곤욕이었다. 커피나 간식은 근무시간이 끝난 후나 잠시 쉴 수 있을 때 의료 장비로 가득한 환자 없는 공간에서만 가능했다. 근무가 끝나려면 아직 4시간이나 남아 있었고 내 환자 곁을 떠날 잠시의 짬도 없었다. (...) 갑자기 참을 수 없는 공복감이 밀려왔다. 혈전 용해제가 보관된 냉장고 안에 지난 밤 근무번이 두고 간 삶은 달걀이 하나 남아 있던 게 문득 떠올랐다. 중환자실을 수시로 둘러보는 책임자 생각에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나는 그 계란을 한 손에 꼭 쥐었다. 급히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사람들이 오가는 중환자실 문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고는 피 묻은 폐기물 박스 앞에서 마음을 졸이며 껍질을 벗겨 누가 볼 새라 황급히 계란 한 알을 통째로 입 안에 쑤셔 넣었다.
마스크 안으로 다급하게 입을 오물거리고 있던 내 눈에 창가의 따스한 봄볕이 들어왔다. 제대로 씹지도 못한 계란을 급히 삼키며 잠시 내려다본 바깥엔 내가 있는 곳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있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사람들의 손에는 커피가 한 잔씩 들려 있었다. 그들은 맑고 따스한 봄볕 아래 한가로이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유도 없이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 나는 나이 39살의 평간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