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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65880332
· 쪽수 : 724쪽
책 소개
목차
1부 만달레이
2부 라트나기리
3부 돈이 자라는 나무
4부 결혼
5부 모닝사이드
6부 전선
7부 유리 궁전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왕비는 얇은 입술에 미소를 머금은 채 거만한 태도로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보세요,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세요. 한때 아시아의 최고 부자 나라를 다스렸던 우리가 지금은 이렇게 몰락했어요. 그들이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한 거예요. 이것은 그들이 앞으로 모든 버마 사람들에게 저지를 짓의 예고편이에요. 그들은 우리의 왕국을 빼앗으면서 도로와 철도와 항구를 약속했어요. 하지만 내 말을 명심해서 들으세요. 그 모든 약속이 결국 이렇게 쓰레기가 될 거예요. 앞으로 몇십 년이면 우리의 국부는 사라질 거예요. 보석과 목재와 석유가 사라지면 그들도 떠나겠지요. 아무도 굶지 않고 아무도 가난하지 않고 누구나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우리 황금의 미얀마에 결핍과 무지, 기근과 절망만이 남게 될 거예요. 우리는 소위 발전이라는 미명에 갇힌 최초의 사례예요. 앞으로 이런 사례가 수백만이나 될 겁니다. 이것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이에요.
우마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국을 위해 사람들을 죽이는 데 인도인이 이용되고 있어. 친구로 여겨야 마땅한 사람들을 죽이고 있어……” 라즈쿠마르는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우마, 만약 그 군인들을 동원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보았습니까? 당신은 폭동 기간 중에 여기 있었습니다. 벌어진 일들을 실제로 보았어요. 저 폭도들이 나와 돌리와 애들에게 어떤 짓을 할 것 같습니까? 군인들이 제국뿐만 아니라 돌리와 나 같은 사람도 보호한다는 것을 왜 보지 못합니까?” (중략) 우마는 폭발했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죠? 당신은 탐욕스러운 동물 같은 사람이에요. 원하는 것은 어떤 비용을 치르든 차지하고 말아야. 당신이 힘없는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해요? 라즈쿠마르, 당신은 노예 상인이나 강간범과 별반 다를 게 없어요.”
아르준은 과거를 되돌아보았다. 란카수타, 만쥬, 벨라, 창턱에 앉아 보냈던 시간들, 육군사관학교의 입학 허가를 받고서 느꼈던 황홀한 해방감. 두려움은 이런 과거사들 중에서 그 어떤 작용도 하지 않았다. 아르준은 장교 생활 이외의 다른 인생을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는 사람임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자신이 인간의 선택 능력 이외의 것에 휘둘려 왔다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르준이 알지 못하는 힘이 그의 삶을 형성했다는 것이 진실이라면, 그는 지금껏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한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