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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해도 될까요?

우리, 결혼해도 될까요?

이상원 (지은이)
  |  
가하
2013-07-09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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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해도 될까요?

책 정보

· 제목 : 우리, 결혼해도 될까요?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6476534
· 쪽수 : 416쪽

책 소개

이상원의 로맨스 소설. 서울시 면목동 소재 모란중학교와 청실아파트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신중형 여자' 안엄지와 '저돌형 남자' 고정석의 뒤죽박죽, 사생결단 결혼 배틀 로맨스.

목차

제1화
제2화
제3화
제4화
제5화
제6화
제7화
제8화
제9화
제10화
제11화
제12화
제13화
제14화
외전 : 남자의 변신은 유죄! 고정석, 당신을 고소하겠어!
작가 후기

저자소개

이상원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00년 ‘에덴의 초상’으로 데뷔. 백로와 까마귀’, ‘런’, ‘비밀의 아내’, ‘전부 사랑이야’, 극악순정’, ‘사랑은 폭풍처럼’ 등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선보였으며, 2013년 현재 ‘단미그린비(http://www.kromans.com)’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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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선생님만 좋다면 네, 사귀고 싶어요. 근데…….”

말끝을 흐리자 정석이 재촉한다.

“뭡니까?”

“저, 결혼은 안 해요.”

“!”

“선생님, 좋아하고 아마 사귀다 보면 더 좋아지겠죠. 하지만 뭐라 하셔도 결혼 안 할 거니까 참고하세요. 연애하다 결혼할 생각이시라면 저하곤 아예 처음부터 시작 안 하는 게 돈 낭비, 시간 낭비 안 하는 길일 거예요.”

정석의 얼굴이 굳었다.

“진심입니까?”

“네.”

“아무리 기다려도 가능성이 없는 겁니까?”

“죄송해요.”

"엄지 씬 힘들다고 했지만 역시 전 엄지 씨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엄지 씨와의 연애는 결혼하고 나서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덜덜 몸이 떨렸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엄지는 멍하니 바닥을 응시했다. 정석이 다가와 쪼그리고 앉는다. 그가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싫으시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불이익은 없어요. 싫다면 두 번 다시 성가시게 안 할 겁니다. 엄지 씨의 좋은 직장 동료로 남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내 앞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겠지?

손끝이 차갑게 식는데 속은 불구덩이를 품은 것처럼 뜨거웠다.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정석의 모습은 결코 꿈이 아니었다. 이름 그대로 사회가 요구하는 삶을 정석대로 살면서 평일에는 가족을 위해 일하고, 주말은 가족과 함께 쉬는 남자. 어떤 일이 있어도 그는 가족을 지킬 것이고, 일단 결혼을 하면 다른 여자에게는 눈도 주지 않을 것이다. 고정석이 안엄지란 여자에게 청혼을 한 사실은 고리골짝 시대의 유물이 되어 폐기처분 될 것이고, 그녀는 쓸쓸히 나이를 먹어갈 것이다.

미치겠다.

눈앞의 남자와 사귀는 문제 하나도 그렇게 고민하고, 갈등했는데 이제는 청혼에 대한 답을 달라니. 하지만 정석은 진심이었다. 더 이상의 타협은 없고, 결론이 나면 이번에야말로 냉정하게 끝내겠다는 걸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것 같았다.

“죄송해요 선생님.”

발작적으로 고개를 든 엄지는 격앙되어 외쳤다. 정석은 여전히 감정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정말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진짜 모르겠어요!”

그가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운다. 얼떨결에 시키는 대로 움직이던 엄지는 갑작스런 고백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럼 몸에 물어봅시다.”

“!”

“머리에 물어도, 가슴에 물어도 모른다면 몸한테 물어봅시다.”

주변의 공기를 전부 빨아들일 것처럼 엄지는 격하게 숨을 들이켰다 내쉬었다. 어제 이 비스무리한 대사를 들었지만 가슴에 와 닿는 느낌은 전혀 달랐다.

“싫습니까? 그럼 이걸로 포기하겠습니다.”

그는 단호했다.

“하지만 만약 제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이번엔 중간에 멈추지 않을 겁니다. 끝까지 할 겁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말을 잇지 못하자 정석이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신음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엄지는 이를 악물었다. 화를 내듯, 원망하듯 손을 통해 전해지는 그의 힘은 무시무시했다. 그만큼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매듭을 짓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런 그가 갑자기 그녀를 외면했다.

“난 엄지 씨가 좋습니다.”

아아!

“오늘도 하루 종일 어젯밤의 일만 떠올렸습니다. 난 엄지 씨를 안으면서 내 사람이란 걸 확신했는데 엄지 씬 아니었습니까? 날 만지고, 같이 자고 싶지 않습니까?”

정석의 뒤통수와 단단한 목은 완고해 보였다. 하지만 표정은 반대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는 지금껏 그녀의 눈을 먼저 피한 적이 없었다. 한데 지금은 시선을 외면하고 있다. 목소리도 미세하지만 가늘게 떨렸고, 그녀를 잡은 손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경직된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엄지는 자신이 이미 결론을 냈다는 걸 깨달았다. 결혼이라니, 여전히 실감이 안 났지만 눈앞의 남자와 ‘좋은 동료’로 돌아가는 것은 그녀가 견딜 수 없었다.

이 남자를 붙잡을 수 있다면 잠 같은 건 얼마든지 잘 수 있다. 이미 그와 자는 것을 하루 종일 상상하지 않았는가! 그 후의 일은 남자의 말마따나 자고 난 후에 생각하기로 했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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