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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3883268
· 쪽수 : 456쪽
· 출판일 : 2010-06-14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지윤이 깨어나면 지금의 평화가 아수라장으로 바뀌겠지. 자신이 황홀하게 몸을 맡긴 상대가 민태환이 아닌, 장준희, 그 원수 같은 이복오빠라는 것을 알면 죽이겠다고 달려들까, 죽겠다고 뛰어나갈까?
어쨌든 그는 그런 지윤을 냉정하게, 혹은 잔혹하게 굴복시켜야 했다.
역시 이렇게 과거의 기억 속에서 떠돌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넋 놓고 지윤의 얼굴에 빠져 있는 것도 사치였다. 좀 더 냉정을 찾을 수 있도록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다. 하지만 언제 이지윤과 관계된 일치고 머리와 가슴이 일치했던 적이 있던가. 그는 생각을 집중할 수 없었고 지윤이 약간 몸을 뒤척이는 것만으로 강하게 몸을 떨었다.
그때 거짓말처럼 지윤의 눈꺼풀이 올라갔다. 나른한 표정 위로 행복하고 은밀한 미소가 서서히 퍼져 나갔다. 하지만 꿈꾸는 듯한 미소는 곧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로테스크하게 일그러졌다.
“아아아악!”
아수라장의 서막이 막 오른 순간이었다.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지윤은 묻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따지지도 않았다.
“죽여버릴 거야. 반드시 당신을 죽일 거야!”
실성한 것처럼 악을 쓰며 전력으로 그를 때리고 할퀴는 것만이 숨을 쉬는 이유인 듯 막무가내로 폭력을 휘둘렀다. 그는 지윤의 팔을 붙잡아 제지하면서도 왜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떠올리려고 애썼다. 어이없지만 지윤이 패악을 부리는 순간 뇌의 한 부분이 날아간 것처럼 기억이 사라졌다.
‘정신 차려, 장준희. 너 뭘 하려고 했지? 분명 뭔가 중요한 걸 하려고 했잖아…….’
그는 분명 민태환을 쫓아버렸고, 지윤이와 잤다. 지윤이가 일어나면…….
맞다, 첫 단추!
지윤이 눈을 뜨는 즉시, 다른 무엇보다 잘못 끼운 첫 단추를 바로잡으려 했다. 지윤과의 사이가 어그러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바로 그 걸림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인데 몇 년째 그를 배다른 오빠로 알고 밀어내기만 하는 지윤. 진실을 폭로하고 싶지만 수많은 사슬에 묶여 다가갈 수 없었던 현실. 자신은 그걸 오늘 한 번에 끊어낼 계획이었다.
“병신아, 넌 내 오빠잖아! 너랑 난 남매잖아!”
그 문제가 지금도 여전히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지 않은가.
꼭 이런 식으로 진실을 밝혀야 하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렸지만 매몰차게 망설임을 떨쳤다. 이 과정 없이는 지윤에게 다가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탓이다.
“하지만 넌 여동생이 아닌걸?”
시작이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말문이 트이자 격렬한 감정과 함께 모든 것이 쏟아져 나왔다.
“넌 내 동생이 아니라고. 법적으로든, 생물학적으로든 우린 남이야. 피 한 방울 안 섞인 완전한 남!”
딱 2초간 숨을 죽이던 지윤이 찢을 것처럼 그의 옷을 움켜쥐었다.
“그럴 리 없어! 거짓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