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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6550883
· 쪽수 : 161쪽
책 소개
목차
민원 있습니다..........................007
김경은
다락의 서사.............................031
박정윤
어머니의 말씀..........................057
안종수
낙석 주의.................................081
이상락
콜트스트링의 겨울...................091
이상실
벌레-네 번째 이야기..............115
조혁신
저자소개
책속에서
공만 있으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에 김만복 씨는 자신의 꿈을 떠올렸고 그 꿈은 다름 아닌 ‘집밥’이라고 생각한 게 문제였으며 일이 꼬이려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갔다. 김만복 씨는 ‘집밥’에 사로잡혀 외식을 하다가 싫은 소리를 하고 만 것이다. 지근거리에 사는 아들 며느리에게 집밥을 바라는 마음 포기한 지 오래였건만 그날은 포기한 꿈에 유달리 집착했다. 두 눈 똑바로 뜨고 따박따박 말대꾸하는 며느리는 그날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아버님은 이이랑 제가 꼬맹이들 밥 먹이느라 고기 한 점 입에 못 넣은 건 보이지도 않으신가 봐요”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온 김만복 씨는 그날따라 마음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했다.
―김경은, 「민원 있습니다」 중
실로 여러 시간 동안을 숲속에서 헤매다가 나는 드디어 내가 있는 곳이 어디쯤인지를 알아내었다. 발아래 절벽 아래쪽에서 나무 판때기가 바람에 흔들리며 철망에 부딪치는 딱딱,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판자 조각에 무어라 씌어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낙석주의’였다. 난 평소 그곳을 지나면서 낙석을 어떻게 주의하라는 것인지를 몰라 한참 동안 절벽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 적이 있었다. 돌이 떨어질 위험이 있으니 이 지점에 도달한 자동차나 사람들은 전속력으로 재빨리 지나가라? 아니면 돌이 떨어지는지의 여부를 살피면서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천천히 지나가라?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그 길은 위험하니 포기하고 되돌아가서 다른 길을 찾아보라?
―이상락, 「낙석 주의」 중
공장을 점거한 농성자들에 대한 강제해산 집행이 있던 날이었다. 오전 아홉 시 정각이 되자 쇠파이프를 든 용역들과 곤봉을 착용한 경찰들이 콜트스트링 정문으로 돌진했다. 계단을 오르는 둔탁한 발짝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농성자들은 강제연행에 대비하여 저마다의 태세를 갖추고 전의를 다졌다. 2층으로 진격한 용역들은 손에 든 쇠파이프로 벽을 두드리는가 싶더니 서 화가가 머물고 있는 농성장의 문을 부서뜨렸다. 서 화가는 쇠사슬을 몸통에 묶고 기둥에 두른 채 양팔을 벌리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용역들은 서 화가의 팔을 비틀며 쇠사슬을 풀어냈고 네댓은 벽에 걸린 서 화가의 <기타와 목련> 등 모든 작품을 닥치는 대로 찢어버렸다.
―이상실, 「콜트스링의 겨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