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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803866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14-02-20
책 소개
아름다운 전통적 서정은 소멸과 파괴를 경험하며 새로운 세계가 된다.
대립하던 자아와 세계가 비로소 하나로 만난다.
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이형기의 작품 세계는 크게 세 시기로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초기의 시에는 첫 시집 ≪적막강산≫과 두 번째 시집 ≪돌베개의 시≫가 해당된다. 이 시기는 시인 스스로도 ≪청록집≫이나 ≪귀촉도≫를 시의 교본으로 삼았다고 할 정도로 ‘전통적 서정’에 기반을 두었다. 중기의 시는 세 번째 시집인 ≪꿈꾸는 한발≫에서부터 ≪풍선심장≫, ≪보물섬의 지도≫, ≪심야의 일기 예보≫, ≪죽지 않는 도시≫까지의 작품들로 앞서 형성한 세계와 의도적인 불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데로 나아가고 있다. 이 시기의 시는 소멸과 파괴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러한 중기의 시 세계는 뇌졸중 이후에 쓴 ≪절벽≫을 통과하며 초기와 중기의 시에서 보여 주고 있는 자아와 세계의 대립적 구도를 벗어나 통합된 세계 인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실 시인의 작품 세계를 몇 개의 시기로 나누어 살피는 일은 많은 위험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보다 다양한 국면들이 몇 개의 시기로 환원되는 과정에서 사라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픔과 그리움의 정서가 세계와의 대결 구도로 전환되고 이어 부정과 대립의 관계를 감싸 안는 통합된 시선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작업은 시인을 이해하는 데 필연적인 과정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형기 시인의 시적 삶이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며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는 과정인데, 현실에 안주하는 주체의 모습을 끊임없이 갱신하며 새로움을 찾기 위한 응전의 방법으로 부정과 대립의 미학을 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를 위해 그가 보여 준 충격과 경악의 이미지들은 우리 시사에 새로운 장을 마련해 주었다 할 수 있다.
목차
木蓮 ·······················3
나무 ·······················5
들길 ·······················7
窓 1 ·······················9
窓 2 ·······················11
草上靜思 ····················13
코스모스 ····················15
밤비 ······················17
湖水 ······················18
그대 ······················20
歸路 ······················22
落花 ······················24
山 ·······················26
비 ·······················28
나의 詩 ·····················30
頌歌 ······················32
終電車 ·····················34
老年 幻覺 ····················36
봄밤의 귀뚜리 ··················38
손 ·······················40
겨울의 비 ····················41
폭포 ······················43
랑겔한스섬의 가문 날의 꿈 ·············45
나의 하루 ····················47
썰물 ······················49
砂漠의 소리 ···················50
루시의 죽음 ···················52
손가락 ·····················54
바늘 ······················56
食人種의 이빨 ··················57
사랑歌 ·····················58
물 ·······················60
면도 ······················61
바다 無題 ····················63
噴水 ······················65
肝斑 ······················66
나뭇잎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68
풍선 심장 ····················70
垂直의 言語 ···················72
외톨 바다 ····················74
그해 겨울의 눈 ··················76
石榴 ······················78
밤바다 ·····················80
등 ·······················81
거미 ······················83
절망아 너는 요새 ·················84
黃昏 ······················86
물거품 노트 ···················87
滿開 ······················88
항복에 대하여 ··················89
길 ·······················91
연애 편지 ····················92
숯불 ······················94
전천후 산성비 ··················95
바다 ······················97
과녁 ······················98
독주 ······················100
구식 철도 ····················102
돌의 환타지아 ··················104
절벽 ······················106
소풍 ······················107
새 발자국 고수레 ················109
동굴 ······················111
완성 ······················113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115
모순 ······················116
파도 ······················118
해설 ······················119
지은이에 대해 ··················136
엮은이에 대해 ··················139
책속에서
나무
나무는
실로 運命처럼
조용하고 슬픈 姿勢를 가졌다.
홀로 내려가는 언덕길
그 아랫마을에 등불이 켜이듯
그런 姿勢로
平生을 산다.
철 따라 바람이 불고 가는
소란한 마을길 위에
스스로 펴는
그 폭 넓은 그늘…
나무는
제자리에 선 채로 흘러가는
千年의 江물이다.
落花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分明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激情을 忍耐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落花…
訣別이 이룩하는 祝福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綠陰과 그리고
멀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向하여
나의 靑春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訣別,
샘터에 물 고이듯 成熟하는
내 靈魂의 슬픈 눈.
루시의 죽음
쥐약 먹고 죽은 쥐를 먹은
瀕死의 루시
어두컴컴한 마루 밑에 숨어서
루시는 주인인 나를 보고도 이를 갈았다
기억하라
반드시 갚고야 말리라
눈에는 눈 이빨에는 이빨을
루시는 이미 개가 아니다
다만 憎惡
그 一點을 향해서만 타는
파란 白金 불꽃
一瞬
루시는 내 血管을 뚫고 내닫는다
번뜩이는 칼날의
그 번뜩임처럼 황홀한 전율
루시는 이미 개가 아니다
독한 쥐약이다
기억하라 눈에는 눈 이빨에는 이빨
아니다
그 투명한 極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