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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7356873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19-12-13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부
나 이제 어떻게 해야 돼
미워하는 병
사라지고 싶어요
열 살의 한강
사랑하고 ‘싶음’
열 살의 글짓기
2부
떠돌이들
어머니의 집을 떠나다
가출 시대 1
가출 시대 2
가출 시대 3
3부
팬티 사건
라일락 이야기
얼굴
나를 밟아라
4부
두부장수 아줌마
엄마 목소리
엄마의 눈물
5부
성찬식聖餐式
삼키다
빚과 빚과 빛
얼굴 2
가만한 눈빛
맺는말: 피어라 꽃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 생각났다. 나의 ‘슬픔’이라 하는 게 적당하겠다. 엄마의 절망, 엄마의 붉은 울화, 나의 슬픔,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 시간도 증발해버리는 새하얀 공허, 그리고 슬픔…….
“애비 닮은 년.” 아마도 이것이 폭언 중의 대표였겠다. 쌍년…… 이런 건 너무 단순하니 빼도록 하자. “미물微物!” “미물단지 같은 년.”
“약 맞은 파리 같은 년.”―오빠는 이 말이 나를 기막히게 표현하는 말이라며 감탄하곤 했다.
“써먹을 데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구나.”
나에겐 ‘얼굴’이 없다. 아니 ‘얼굴의 어떤 핵심적인 부분’이 없다고 하면 맞는 말일까? ‘어떤 부분을 제쳐두었다’라고 하면 맞는 표현일까? 아니, 보통 사람이 갖고 있는 수많은 표정 중 ‘흔한 몇 종류의 표정’이 내게 결여되어 있다고 하면 맞을 것 같다. 난 내게 빠진 그 흔한 표정을 갖추고 싶다. 난 나의 ‘당연한 얼굴’을 되찾고 싶다. 어쩌면 그래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리라. 실패하더라도 가능한 한 정직하게. 돌이켜보면 아득히 오래전부터 난 ‘예뻐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생각? 글쎄. 이런 단어나 표현도 적절치 않다. 그런 내부로부터의 강렬한 리듬, 에너지원原 같은 것이 있었다. 이유나 기원을 추적하기도 쉽지 않고 복합적이지만, 엄마의 영향이 지대했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언젠가도 말했듯,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대표적 얼굴의 하나는 ‘치를 떠는’ 표정이다. 나를 향해, 치를 떤다.
그러나 그 후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유치하다 여겼던, 그날 엄마가 던졌던 화두인지 숙제인지 모를 것들이 하나둘 나의 현안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고 엄마의 말들이 큰 힌트가 되었다. 그리고 살다가 많이 힘들 때, 똑똑한 내가 찾아가 받았던 최상의 가족치료, 심리치료의 도움과 지지가 아니라, 쪼다 같은 내가 이해하지도 못한 채 들었던 ‘니가 잘난 사람이다. 명심해라’ 말 한마디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하곤 했다. 정말이다. ‘나를 밟아라’?엄마의 짧은 한두 마디는 수십 년에 걸친 저주의 에너지에 맞설 만큼 힘이 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