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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88967996581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2-01-13
책 소개
목차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
암행어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멀리서 종을 스물여덟 번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통행금지를 알리는 인정(人定)의 시작이었다. 그때 관 속에서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 관 안에 누워 있는 자가 주먹으로 뚜껑을 치는 소리였다.
“새 하늘이 열린다! 새 세상이 당도한다! 소멸시켜라, 너의 육신을! 바쳐라, 너의 혼백을!”
놀란 아버지가 달려가 관을 두들겼다.
“영서야! 무슨 일이냐!”
“조용히 해! 이 미련한 작자야!”
정진인이 외치자 승려들이 장원중을 관에서 떼어 놓았다. 주먹으로 관뚜껑을 치는 소리는 계속되었다. 승려들은 관을 돌아보지 않고 절 주위의 나무숲만 바라보았다. 그러자 어둠 한가운데서 미세한 움직거림이 느껴졌다. 정진인이 눈을 크게 뜨더니 돌을 주워 나무 위로 던지자마자, 쿠쿵 하고 하늘을 찢는 뇌성이 울렸다.
-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 중
“나는 아무것도 몰라. 나는 안경수가 아니야. 그리고 어사 당신은 스스로의 입으로 토린결이라고 했어.”
“다 드러난 마당에 고집을 부리시니 마지막 방법을 써야겠군.”
윤상일이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거기서 나온 것은 검정색의 자그마한 환약이었다.
“그게 뭐요?”
“안경수가 그렇게나 갈구하던 것이지요.”
이응수에게도 대충 감이 왔다. 그러나 내색할 수는 없었다.
“사또, 이게 바로 한 번 먹기만 하면 처녀 열 명을 상대할 수 있는 방중술의 약이오이다.”
윤상일이 환약 하나를 이응수의 술잔에 하나는 자신의 술잔에 넣었다. 잔 속에서 소용돌이 같은 거품이 일면서 신비로운 광채가 솟았다. 잠시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맑아졌다.
“독을 탔을지도 모르니 제가 먼저 마시지요.”
윤상일이 술을 들이켰다.
“오늘 밤 가장 예쁜 기생을 품어 보십시오. 이 약의 효험이 거짓인지 아닌지요. 아, 내 방에도 한 아이 보내 주시고요. 이 약이 마음에 드신다면 저는 안경수 대감께 30근쯤 구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물론 그 전에 먼저 내 탈을 돌려받아야 하겠지만요.”
- ‘암행어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