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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보는 한국문화

한국어로 보는 한국문화

백두현, 송지혜, 송현주, 안미애, 정수진, 홍미주, 최준, 배준영, 안주현, 김정아 (지은이)
한국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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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보는 한국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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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한국어로 보는 한국문화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한국학/한국문화 > 한국인과 한국문화
· ISBN : 9788968178016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9-09-10

책 소개

외국인이 한국어를 통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된 책이다. 다양한 주제를 쉽게 설명하고 가르칠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했다. 이 책을 통해 한국어의 말소리와 문법 현상에 대한 이해를 뛰어넘어, 한국어에 담긴 다양한 문화 현상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머리말

1부 한국어와 한글
제1장 한국어에 담긴 한국인의 언어문화
제2장 한글의 민주성, 과학성, 현대적 활용
제3장 한글 디자인과 상품화되는 한글

2부 새로운 표현의 생성과 수용
제4장 한국어의 관용 표현
제5장 한국어 속의 외국어와 외래어
제6장 신어에 나타난 한국 문화

3부 일상생활 속의 한국어
제7장 한국의 의식주 언어와 그 특징
제8장 한국인의 언어 예절
제9장 한국인의 이름

4부 매체 속의 한국어
제10장 신문과 텔레비전의 언어
제11장 뉴미디어의 언어

5부 한국어의 오늘과 내일
제12장 현대 한국어의 특징
제13장 한국의 표준어와 방언
제14장 남북한 언어의 이질성과 동질성

저자소개

저자소개

백두현 (지은이)    정보 더보기
문학박사.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어의 역사적 변천과 한글 유산의 가치를 밝히는 연구를 실천해 왔다. 훈민정음을 비롯한 옛 한글 문헌, 석독구결 자료, 한글 편지와 한글 음식조리서 등 한글 필사본 연구에 힘을 쏟았다. 특히 한국인의 어문생활사를 서술하기 위해 한글의 학습과 확산 과정을 밝히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다. 주요 저서 『영남 문헌어의 음운사 연구』, 『현풍곽씨언간 주해』, 『음식디미방주해』, 『석독구결의 문자체계와 기능』, 『한글문헌학』, 『현장방언과 문헌방언 연구』, 『국어 음운사와 어휘사 연구』, 『한글생활사 연구』, 『훈민정음의 문화중층론―관점의 전환과 새로운 해석』, 『한글의 교육과 확산』 등. 수상 백민학술상, 원암학술상, 일석국어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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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애 (지은이)    정보 더보기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파라미타칼리지 교수. 한국어의 음운 변화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발음 교육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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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혜 (지은이)    정보 더보기
금오공과대학교 교양교직과정부 교수. 국어 어휘의 역사와 체계 그리고 국어사 자료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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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강사. 인지언어학을 기반으로 한국어 어휘의 의미 탐구와 교육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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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주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상남도 양산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의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의 BK21 사업단 연구교수를 지낸 바 있으며, 현재 경북대학교 교양교육센터 강의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로 사회 속의 한국어에 대해 공부하고 있으며, 최근 메신저 대화의 언어적 특징을 살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저로 『한국어는 나의 힘』, 『한국어로 보는 한국문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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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강사. 사전학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말뭉치 언어학을 기반으로 한 어휘 단위에 초점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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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영 (지은이)    정보 더보기
중국 산동대학교(위해) 동북아대학 한국어학과 교수. 한글문헌 연구를 기반으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민족의 언어 변천 과정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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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현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BK 교육연구단에서 박사후 연수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국어 음운사와 사회언어학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한글 문헌 자료를 이용해 역사자료 말뭉치를 구축하고 이를 음운론적, 사회언어학적으로 해석하는 연구에 관심이 높으며, 역사자료 말뭉치 구축 방법과 분석 방법론을 정립하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저ㆍ역서로는 『주찬방 주해』(공저), 『한국어로 보는 한국 문화』(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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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강사. 한국어 교육 중에서도 한국어 학습자들에게 유용한 표현 단위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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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머리말]

언어는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한국어는 한국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한국어에는 한국인이 경험해 온 삶과 생각, 생활과 문화가 녹아 있고 한국인의 생각과 정서, 사투리를 쓰는 토박이들의 숨결이 서려 있다.
현대 한국사회는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빠른 변화 속에서 한국어의 많은 부분이 변하였다. 한글의 글꼴 디자인이 아주 크게 발전하였다. 남을 부르거나 가리킬 때 쓰는 호칭어와 지칭어는 물론 친족어 사용도 많이 달라졌으며, 사람 이름을 짓는 방식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의식주 관련 생활어도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기술과 물질문명의 발전에 따라 수많은 신어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외국어와 외래어 역시 한국어 속에 스며들어 한국인의 언어문화를 이루고 있다. 신문과 텔레비전 등 대중매체의 언어는 당대 사회의 거울이다.

독일의 철학자 훔볼트(Humbolt)는 언어 구조의 차이가 곧 사고방식과 문화의 차이를 만든다고 보았다. 한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의 사고방식이나 세계를 보는 눈이 다른 언어 집단의 그것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각 집단이 사용하는 언어의 내적인 구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인류학자 사피어(Sapir)와 워프(Whorf)는 인디언의 언어와 문화를 연구하여 종족의 언어적 차이가 사고방식과 세계관의 다름을 만들어 낸다는 언어 상대성 이론을 세우기도 했다. 그들은 이 세상의 여러 국가나 종족들이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은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세계관의 차이와 다양성은 언어의 차이와 다양함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학설에 대한 비판 또한 만만치 않다. 세계의 많은 언어들 간에는 차이점도 있지만 모든 언어에 공통적인 보편 요소도 있기 때문에 언어의 특수성 못지않게 보편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높다. 예컨대 색채어는 언어마다 차이가 큰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언어에 공통된 기본 색채어가 있다. 흑색, 백색, 적색, 황색, 청색, 회색 등이 그것이다. 인간이 쓰는 색채어는 개별적 특성보다 보편적이며 내재적인 인간의 인지능력을 바탕으로 한 보편성이 더 강하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언어가 가진 특수성과 보편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어에 녹아 있는 문화적 특성을 찾아보려고 했다. 우리는 이 책의 구성을 크게 4개 부로 나누고, 전체 14개의 세부 주제를 설정하여 각 장의 제목으로 삼았다. 각 주제에 관한 한국어의 특징을 관련된 사례를 중심으로 쉽게 강의하는 방식으로 설명을 베풀었다.

는 한국어에 담긴 언어문화와 한글을 큰 주제로 하였다. 제1장은 한국어에 담긴 언어문화를 일반론적 관점에서 설명하였다. 제2장은 한글이 창제된 목적과 제자 원리에 담긴 의미를 ‘보편적 가치’라는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제3장은 한글이 디자인과 결합하여 상품명에서 새로운 글꼴로 다양하게 변신하는 모습을 그렸다. 는 한국어에 나타난 새로운 표현의 생성과 수용을 큰 주제로 하여, 제4장은 한국어 특유의 관용 표현을 유형별로 나누어 해설하였다. 제5장은 한국어 속에 스며든 외국어와 외래어의 모습을 그려 본 것으로서 한국어에 들어온 외래문화를 언어를 통해 살펴본 것이다. 제6장에서는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신어에 대해 알아 보았다. 시대적 특성을 반영하면서 한국어의 어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가는 신어의 역할과 신어에 반영된 언어문화를 설명하였다.
는 일상생활 속의 한국어를 큰 주제로 하여, 제7장은 한국어의 의식주 언어에 나타난 특징을 재미나게 서술하였다. 제8장은 한국인의 언어 예절에 나타난 인간관계와 사고방식의 특징을 설명하였다. 제9장은 한국인의 이름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고 변화했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해설하였다. 는 매체 속의 한국어를 큰 주제로 하여, 제10장은 신문과 텔레비전 언어를 다루었고, 제11장은 현대의 뉴미디어 언어에 비친 한국인의 언어문화를 그려 냈다.
는 한국어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제목 아래, 제12장은 현대 한국어의 주요 특징을 간추렸다. 제13장은 현대 한국어를 구성하고 있는 지역 방언의 차이점을 요약하고, 주요 방언들의 특징을 소개하였다. 제14장은 앞으로 변화하게 될 남북 관계와 더불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남북 언어의 이질성과 동질성 문제를 다루었다.
이 책은 한국어를 통해 한국의 언어문화를 이해해 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우리 집필자들은 이런 다양한 주제를 가장 쉽게 설명하고 가르칠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노력하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한국어의 말소리와 문법 현상에 대한 이해를 뛰어넘어, 한국어에 담긴 다양한 문화 현상을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독서 자료와 강의 교재를 겸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 책을 강의 교재로 쓰는 분을 위해, 단원별로 ‘학습목표’를 제시하고, ‘생각거리’를 단원 앞머리에 두었다. 이어지는 본문에서는 각 단원의 주제를 설명하였다. 본문 서술을 마친 후에는 각 단원 말미에 ‘용어 정리’, ‘토의거리’, ‘더 읽을거리’, ‘참고문헌’을 차례대로 배치하였다. 이런 항목들을 마련한 것은 강의의 기본 방향과 틀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이 책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이해하려는 한국인뿐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함께 배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서로 관련지어 이해해 보려는 이 책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학습자와 교수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019년 8월 15일
대표 집필자 백두현 씀


1장 한국어에 담긴 한국인의 언어문화

학습목표

언어와 문화 간의 관계를 이해한다.
한국인의 생활환경과 삶의 조건이 한국어에 반영된 모습을 이해한다.
한국어에 반영된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표현상의 특징을 찾아낼 수 있다.

생각거리
1. 다음 글을 읽어 보고 언어의 본질적 기능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하나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말소리와 문법 그리고 어휘를 습득하는 것을 넘어선다. 하나의 언어에는 언어사회 구성원이 갖고 있는 사회적 질서와 사고방식, 행동 양식이 담겨 있다. 언어사회에서 통용되는 호칭어, 색채어, 풀 이름, 새 이름 등의 사용법을 배움으로써 사물을 구별하고, 분류하고, 질서화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인간은 언어로 만든 집에서 산다.”라고 했다. 존재는 언어를 통해서 질서 지워지고 인간의 의식 속에 들어온다. 언어는 인간의 생각과 정서가 흘러가는 길을 만들어 간다. 한 언어를 사용하는 언어 공동체는 세계관, 사회관, 인간관, 문화의 틀을 공유한다. 김춘수 시인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라고 노래한 것은 언어가 갖는 존재론적?사회적 성격을 간파한 것이다.

언어와 문화의 관계
세계에는 다양한 언어가 존재하고, 언어들은 제각기 특유의 말소리와 문법 그리고 어휘와 같은 언어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 언어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그 언어의 구조를 형성한다. 언어 구조 속에는 하나의 언어 집단이 오랜 역사를 거치며 일궈 온 경험과 생활 문화, 사고방식 등의 삶의 양식도 함께 자리 잡는다. 흔히 언어에는 그것을 사용해 온 집단의 문화가 녹아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각 언어 집단이 처한 자연 환경과 사회 환경이 서로 다른 만큼, 다양한 문화의 양식들이 수많은 언어에 반영되어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언어와 문화의 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이론을 세워 논의해 왔다. 여러 가지 설과 주장이 있지만 어떤 언어에든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가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언어와 문화 간의 관계를 가장 적극적으로 내세운 것으로 ‘언어 상대성 이론’이 있다. 이는 사피어(E. Sapir)와 워프(B. L. Whorf)란 학자가 전개한 주장인데, 이 학자들의 이름을 따 사피어-워프(Sapir-Whorf) 가설이라 부른다. 사피어-워프 가설은 한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과 행동이 그 사람이 쓰는 언어의 문법적 체계와 관련이 있으며, 언어는 해당 언어가 사용되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가설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서로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이라 하더라도 공통된 문화를 공유하기도 하고, 특정 문화를 반영하는 어휘가 없는 언어라 하더라도 그것을 풀어서 설명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언어 상대성 이론을 반박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의 시시비비보다 중요한 것은, 언어와 문화 간의 관계에서 무엇이 더 일차적이며 중요한 것이냐에 대한 관점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언어가 문화의 결과이든, 문화가 언어의 결과이든 간에 그 언어 속에는 해당 언어 사용자의 생활과 사고가 반영되어 있다고 보는 점은 공통적이다.
특히, 생활환경은 언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낙타와 항상 함께 생활하는 서아시아의 유목민은 낙타와 관련된 어휘를 수십 개 갖고 있으며, 쌀농사가 주류인 필리핀의 농부는 쌀과 관련된 어휘를 많이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쌀농사가 주류이고 쌀이 주식이라 그런지 밥과 쌀에 관한 어휘가 많다. 밥물이 남은 정도에 따라 된밥, 진밥, 고두밥으로 구별하고, 곡식 재료에 따라 쌀밥, 보리밥, 조밥, 기장밥 등이 구별된다. 밥의 부산물로 나오는 숭늉과 누룽지란 낱말도 있다. ‘숭늉’이나 ‘누룽지’는 외국어로 번역하기도 쉽지 않다.
또 농경에는 비가 중요하다 보니 비에 대한 어휘도 많다. 예를 들어 한국어에는 비의 양이나 비가 오는 시기, 쓰임새에 따라 비를 가리키는 다양한 어휘들이 있다. ‘가루비’, ‘실비’, ‘안개비’, ‘가랑비’, ‘능개비’, ‘동이비’, ‘장대비’ 그리고 ‘못비’, ‘꿀비’, ‘단비’, ‘약비’, ‘잠비’ 등과 같은 낱말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낱말들은 우리 조상들이 비를 얼마나 세심하게 관찰했는지를 보여 준다.

한국어에 담긴 몇 가지 특징
인류학을 공부한 어느 미국인이 한국에 와 살면서 느낀 점을 얘기해 준 적이 있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인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나이를 묻는 게 참 의아하더라는 말이였다.
생각해 보니 정말 한국인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인사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나이를 묻는다. 나이를 지극히 사적(私的)인 것으로 생각하는 서구인들에게는 무례일 수 있겠다. 초면(初面)의 사람에게 나이부터 묻는 이유는 상대방과 나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서다. 설정된 관계에 따라 말을 높이고 낮추는 공경(恭敬)의 어법이 우리말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어에는 이런 공경의 어법도 대상에 따라 아주 다양하다. 대화든 글이든 등장하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높이고 높이지 않는 것은 나이의 많고 적음뿐만 아니라 사회적 계급의 높고 낮음과 친한 정도, 친척 사이라면 서로의 항렬까지도 고려하여 결정된다. 대화나 문장에서 높임법을 사용할 경우에도 높이는 방법에 몇 가지 장치가 있다. 문장의 주어 즉 서술어의 주체를 높이는 주체 높임법도 있고(예: 할아버지께서 오십니다), 듣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 높임법도 있다(예: 집에 가십시오). 말하는 이가 자신을 낮추는 공손한 표현을 써서 결과적으로 상대방을 높이는 공손어법도 있다(예: 제가 하겠습니다). 심지어 주체 높임법에는 높여야 할 상대에게 딸린 것까지 높여 표현하는 간접 높임법의 형식도 있다(예: 손님은 머릿결이 좋으십니다). 이렇게 높임법의 종류가 다양한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한국인은 특히 높임법에 예민한 것 같다. 그 결과 “이 옷이 저 옷보다 더 좋으세요.”처럼 지나치게 높이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이렇게 발달한 한국어의 높임법 체계를 보면,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닌 것 같다.
초면에 나이부터 묻는 한국인에게는 외국인이 보기에 특별한 어법이 또 하나 있다. ‘나’의 복수형인 ‘우리’의 용법이 그것이다. 한국인은 외국어에서 ‘나’를 써야 할 자리에 ‘우리’를 자주 쓴다. ‘우리 아버지(my farther)’, ‘우리나라(my country)’에, 심지어 ‘우리 아내(my wife)’나 ‘우리 남편(my husband)’도 쓴다. 신기하게도 ‘내 아버지’나 ‘내 어머니’란 말은 잘 안 쓴다. 이런 ‘우리’와 관련된 언어 습관은 가족이나 국가를 개인적인 차원으로 생각하지 않고 이 사회의 다른 구성원과 공유하는 것으로 생각해 온 한국인의 사고방식 때문이다. 좁혀서 보면 한 마을에 한 씨족이 모여 살던 집성촌 시대 혹은 대가족 시대의 생활 문화가 한국어에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흔히 한국어는 느낌을 살려 번역하기 어려운 언어라고 한다. 『토지』와 같은 소설에서 양반과 상민 사이에 오고 가는 높임과 낮춤의 말맛을 영어로 바꾼다면, 적어도 한국인의 기준에서는 참으로 느낌이 단순해진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my family’가 되는 것도 왠지 모르게 섭섭하다.
한국어가 이렇게 번역하기 어려운 언어가 된 것은 앞서 얘기한 복잡한 높임법이나 남다른 대명사 체계 때문만은 아니다. 다양하게 발달한 감각어 체계도 우리말만의 특별함을 나타낸다. 아래의 낱말들을 한번 읽어 보라.

찔금찔금, 죽죽, 쫙쫙, 줄줄, 주룩주룩, 뚝뚝, 후둑후둑, 후드득후드득

모두 비가 내리는 모습을 묘사한 우리말이다. 아무리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단번에 이해하지는 못할 표현들이다. 이 낱말들은 비의 양과 내리는 소리의 차이를 미묘하게 나타내고 있다. 언어에는 그 언어 사용자의 문화가 녹아 있다고 하였다. 이런 감각적인 표현들 또한 한국의 문화가 깃든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타 문화권에 바탕을 둔 언어로는 한국인의 정서를 충분히 표현해 낼 수 없다. 이황, 정철, 윤선도 같은 학자가 한문이 아닌 우리말로 시조와 가사를 지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우리 고유의 어휘에는 섬세한 느낌과 감동을 표현해 낼 수 있는 의성어나 의태어 그리고 감각어가 풍부하다. 어떤 외국어로도 ‘후둑후둑’과 ‘후드득후드득’의 차이를 맛깔나게 표현해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감각어 중에서 색채어의 예를 들어 보자. 한국어에서 고유어로 된 색채어는 다섯 색밖에 없다. ‘빨강, 노랑, 파랑, 하양, 검정’의 다섯 가지 낱말을 뺀 나머지 색채어는 한자어거나 외래어이다. 그런데 이런 고유어계 색채어에는 한자어나 외래어계 색채어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예를 들어 ‘빨갛다’는 ‘새빨갛다’, ‘시뻘겋다’, ‘검붉다’, ‘불그레하다’, ‘불그스름하다’, ‘불그죽죽하다’와 같이 미묘한 색감의 차이를 표현하는 풍부한 어휘를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한자어나 외래어계 색채어는 고유어와 달리 색채 표현이 자유롭지 못하다. 예를 들어 ‘보라색’의 ‘보라’는 몽고어에 기원을 둔 색채어이다. 혹시 ‘보르스름하다’나 ‘보랗다’와 같은 표현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이런 표현이 없는 것은 이 낱말이 밖에서 들어온 말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설명할 때 이런 감각어들을 어떻게 설명할까를 고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실 감각어만 번역하기 어렵겠는가? 오랜 역사와 문화를 함께 엮어 온 한 민족의 언어를 이질적인 문화에 뿌리를 둔 다른 민족의 언어로 바꾸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듯 한국어에는 한국인의 다양한 문화가 담겨 있다. 인간은 언어라는 그릇에 생각과 경험, 물질과 문명 세계를 담아 왔다. ‘언어’, ‘인간’ 그리고 언어가 표상하는 ‘사상(事象)’이라는 세 가지 요소는 한 덩어리로 상호 작용하며 인류 문명을 이룩해 왔다. 한국인이 인류 문명의 진보에 이바지하는 길은 한국어의 깊이와 넓이를 더하고, 한국어를 통한 창의적 활동을 강화함으로써 한국 문화의 격을 높이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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