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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문화/역사기행 > 한국 문화/역사기행
· ISBN : 9788968334382
· 쪽수 : 528쪽
· 출판일 : 2023-08-16
책 소개
목차
시작하며
제주 역사 짚고 가기
1월
자연 / 여러 가지 얼굴의 한라산
역사 / 한라산의 슬픈 이름, 두모악
문화 / 추사체를 낳은 위안과 영감의 섬, 제주
역사 / 인간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을까_ 북촌리 대학살
2월
자연 / 제주에서 만나는 람사르 습지
문화 / 신들의 교대 기간, ‘신구간’에 이사하는 이유
역사 / 신라보다 170년이나 더 오래 독립국으로 살아남은 나라, 탐라
역사 / 또 하나의 건국 신화, 송당 본향당 신화
3월
자연 / 바람을 이겨 내고 이용하고 살다
문화 / 제주의 상징, 똥돼지 문화
문화 / 제주의 결혼식은 가문잔치
역사 / 세계사의 무대 위에서 칼춤 추는 탐라국
4월
역사 / 삼별초여, 애기업개 말도 들어라
자연 / 세계 화산학의 교과서, 바람의 언덕 ‘수월봉’
문화 / 시어머니의 부엌과 며느리의 부엌
역사 / 백비는 일어날 수 있을까_ 제주 4.3
5월
자연 / 제주섬을 만든 거인, 설문대할망
문화 / 돌하르방, 어디서 옵데강
문화 / 메밀이 바꾼 제주 밥상
역사 / 푸른 감옥, 출륙 금지령
6월
자연 / 상식을 뒤집는 숲, 제주 곶자왈
문화 / 냉국에 된장을 넣는다면 당신은 제주 사람
역사 / 천 년의 섬은 어디에 있을까
역사 / 이형상 제주목사 분투기
7월
자연 / 바람이 빚은 아름다운 경관, 용천동굴과 에메랄드빛 바다
문화 / 닭 먹는 날과 꿩사농
역사 / 제주의 센 언니 열전
문화 / 제주를 사랑한 나비박사 석주명
8월
자연 / 오름 위의 공기는 맛있다
문화 /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제주 갈옷
역사 / 제주의 말 진상과 테우리(목자) 잔혹사
문화 / 고단하고 바쁜 제주 여인들을 위한 축제, 백중 물맞이
9월
자연 / 흑룡만리, 제주 돌담 여행
문화 / 검푸른 바다의 여신, 해녀
역사 / 목호의 난과 몽골이 남긴 유산
문화 / 궤네기 오디세이와 용왕국 따님의 해피엔딩
10월
자연 / 서귀포층이 보내 준 선물, 용천수
문화 / 제주 허벅을 아시나요?
역사 / 한반도 최초의 신석기 마을
문화 / 대학 보내 주는 귀한 나무, 감귤나무
11월
자연 / 색다른 제주의 가로수 풍경
문화 / 뭐여, 국에 갈치를 넣는다고?
역사 / 뺏고 빼앗기는 제주 왕자의 자리
역사 / 기생, 거상, 그리고 할망 김만덕
12월
자연 / 해 뜨는 일출봉, 달 뜨는 다랑쉬
문화 / 대비마마 어머니의 술, 모주
역사 / 하늘에서 내려온 별의 주인, 제주 성주
역사 / 그녀들의 항거, 제주 해녀항쟁
참고 자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는 만큼 보이고,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는 말처럼 제주는 알면 알수록 그 가치가 더 크게 보이고 더 아름다운 섬이다. 한반도 본토와 다른 역사, 문화, 자연을 가졌고 심지어 제주의 동서남북도 다른 역사, 문화, 자연을 가졌다. 그런 차이가 제주의 가치를 만들어 냈다. 제주 사람만이 볼 수 있는 것과 제주 사람이 아니었을 때 보이는 것들을 동시에 볼 수 있게 된 것은 반서반제인(반은 서울, 반은 제주인)으로 살아가는 나의 행운이었다.”
<시작하며> 중에서
제주에서 결혼식은 이름부터가 잔치이다. 잔치는 3일간 치러진다. 첫째 날은 이름 자체가 ‘돼지 잡는 날’이란 뜻으로 ‘도새기 잡는 날’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돼지를 잡으면서 모든 의식이 시작된다.
잡은 돼지는 버릴 것이 하나 없다. 생간은 돼지 잡는 일을 도운 사람들이 즉석에서 왕소금에 찍어 먹는 별미다. 피와 내장은 수에(순대)가 된다. 수에는 돼지의 피에 메밀가루, 부추, 소금을 혼합해 창자에 넣고 삶아 낸 음식이다. 족발은 제주에선 아강발이라고 하는데, 산모의 젖을 잘 나오게 한다고 해산한 집에서 가져가고, 꼬리는 침을 흘리는 손주를 위해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다가 챙겨 간다. 돼지머리는 혼례식 당일 아침에 문전제를 지낼 때 올린다. (중략)
둘째 날은 잡은 돼지를 마을 사람들과 나눠 먹기 때문에 ‘먹는 날’이라고 한다. 제주 사람들은 경조사가 생기면 ‘먹을 일’이 생겼다고 하고 결혼식에 가는 일은 잔치 먹으러 간다고 말한다. 즉 잔치란 돼지고기를 먹는 일이다. 이날은 친척들은 물론 온 마을 사람들이 잔칫집에 가서 먹고 마시고 논다. 원래 둘째 날의 정식 명칭은 가문잔치로 오랜만에 친척들이 모여 다음 날(셋째 날) 있을 혼례를 준비하고 대접받는 날이었다. 가문잔치를 위해 마을 사람들은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모여서 음식을 장만하고 대접했다. 인구가 많지 않은 마라도에서는 만일 미역 철에 경조사가 생기면 미역을 포기하고서라도 도우러 갔다고 한다. 미역을 딸 수 있는 기간은 일주일도 채 안 되고 미역을 따지 못한다면 가정 경제에 큰 타격이 오겠지만 그보다 공동체가 더 우선이었다.
가문잔치는 차츰 친척뿐 아니라 동네 사람이나 지인들이 모여서 대접받는 날로 바뀌었다. 어차피 제주는 ‘궨당 사회’로 마을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 궨당(친척)들이니 잔치에 가서 일도 하고 대접도 받는 것이다. 가문잔치란 말도 3일 잔치를 통틀어 일컫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제주 사람들은 이 특별한 날에만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고기를 한 점의 낭비도 없이, 고르게 분배하는 일을 하기 위해 특별한 전문가인 ‘도감’을 초빙한다. 도감은 칼을 쓰기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경조사를 치를 집에서 정중히 모셔 온다. 도감은 손님 수와 돼지고기의 양을 가늠해서 모자라지도 남지도 않게 분배하는 일을 한다. 만일에 고기가 모자라면 그 잔치는 망한 잔치가 된다. 그러므로 잔치의 성패가 도감 칼솜씨에 달렸다고 할 만큼 도감은 제주에만 있는 스페셜리스트이다.
<3월. 문화 – 제주의 결혼식은 가문잔치> 중에서
조선 시대에 제주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형벌에 가까웠다. 제주는 섬이라 직접세인 토지세가 없는 대신에 진상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물은 국가 재정이라 흉년이나 천재지변에는 나라에서 깎아 주기도 했고 대동법이 실시된 이후에는 돈이나 쌀, 옷감으로 납부하면 되었다. 하지만 진상품은 왕실 재정이라 흉년이든 아니든 줄어드는 법이 없었다. 제주는 마치 왕실 전용 점령지와 같았고 진상이 진상을 떠는 곳이 되었다. 제주 사람들이 왕실에 진상해야 할 품목은 귤, 해산물, 약재, 말, 흑우, 육포처럼 대부분 제주 특산물들이어서 대체가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제주 사람들은 1인당 10역이나 감당해야 했다.
이렇게 가혹한 의무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떠나기 시작했고 임진왜란이 끝나고 난 후 제주 인구는 세종 때의 절반까지 줄었다. 제주는 조선 정부에겐 매우 중요한 국토방위의 요충지인 데다 진상품의 보고였다. 결국 비변사는 제주에 출륙 금지령을 내려 달라고 제안했고, 인조 임금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로써 제주 사람들은 1629년부터 200년간 허가 없이는 육지를 가지 못했고 육지 사람도 제주에 오지 못했다. 아름다운 제주섬은 바다 위의 푸른 감옥이 되었다.
<5월. 역사 - 푸른 감옥, 출륙 금지령>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