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서양음악(클래식)
· ISBN : 9788968571213
· 쪽수 : 396쪽
책 소개
목차
┃어떤 완벽주의자의 초상-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아름답게, 눈물겹도록 아름답게-브루노 발터┃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오토 클렘페러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에 날개를 펼친다-빌헬름 푸르트뱅글러 ┃황제의 탄생-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위대한 르네상스맨-레너드 번스타인┃귀 기울여 들을 줄 아는 힘-클라우디오 아바도┃세상에서 가장 빠른 지휘봉-게오르그 솔티┃행복해지려는 의지-아르투르 루빈스타인┃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모차르트-클라라 하스킬 ┃침묵할 시간을 아는 사람-블라디미르 호로비츠 ┃투명한 하늘을 흠모하던 건반의 수도사-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북극으로 떠나고 싶다던 기인-글렌 굴드┃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완벽성-야샤 하이페츠┃러시아 바이올린의 거룩한 종결-나탄 밀스타인┃새의 울음소리에서도 ‘평화’가 들린다던 사람-파블로 카잘스┃‘슬라바’ 그 불굴의 저항력-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너무나 짧았던 태양의 계절-재클린 뒤 프레┃기타의 철인, 기타의 선지자-안드레스 세고비아┃드라마틱한, 너무나도 드라마틱한-마리아 칼라스┃떠나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은 아름답다-레나타 테발디┃오페라 역사를 대변하는 ‘영원한 광대’-엔리코 카루소┃떨어지지 않은 채 고여 있는 눈물-유시 비욜링┃대신할 수 없는 목소리-프리츠 분덜리히┃그 목소리에 잠들지 못하리-루치아노 파바로티
저자소개
책속에서
조희창: 연주자란 어떤 존재여야 된다고 생각합니까?
로스트로포비치: 연주자란 작곡가와 청중 사이에 있는 존재입니다. 사제와 비슷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죠. 사제가 하느님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제는 행복을 느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뜻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나 역시 연주가 행복합니다. 작곡가의 뜻을 다른 나라 말로 통역할 필요 없이 음으로 전달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_ 로스트로포비치와의 인터뷰 중에서
나는 가끔 바이올린협주곡을 연주하기 위해 무대에 서 있는 연주자가 활이 아니라 칼을 들고 있는 것 같다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마치 한 자루 칼을 들고 사자 무리 앞에 홀로 마주 선 검투사 같다. 성악가는 또 어떠한가. 그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지옥의 정령들마저 숨을 죽이고 눈물을 떨어뜨리게 만든다는 오르페우스와 마주하는 느낌이다. 음악에 숨이 막히고 음악에 울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위대한 연주자들의 힘은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되짚어보면 작곡가의 경우는 그나마 악보가 남아 있어서 그들의 위대성을 충분히 엿볼 수가 있다. 그러나 연주자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그들의 진짜 모습을 전혀 알 수가 없다. 최고의 카스트라토였다는 파리넬리의 음성은 물론이고 바로크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다는 비버의 연주, 작곡가이기 전에 피아노의 달인이었던 베토벤의 연주, ‘악마의 제자’라 불린 파가니니의 연주는 모두 시간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우리가 거장들의 연주를 제대로 들을 수 있게 된 것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레코딩 기술이 나온 이후부터다.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이렇게 말했다.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것은 머리와 가슴과 기술을 하나로 결합하는 것입니다. 그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음악은 고통을 받게 되죠. 머리가 없으면 패배자가 될 것이고, 기술이 없으면 아마추어로 떨어지게 됩니다. 가슴이 없으면 연주자는 기계가 되고 말 것입니다. 자, 그러니 연주를 한다는 것처럼 위험천만한 일은 없는 셈이죠.”
그러나 역사에는 호로비츠처럼 그 위험천만한 일을 기가 막히게 이루어 낸 음악의 사제들이 수없이 많았다. 토스카니니, 푸르트뱅글러, 카라얀, 번스타인, 아바도, 하이페츠, 루빈스타인, 칼라스, 비욜링, 세고비아 등 열거하기도 벅찬 이름들. 이 책은 그에 관한 이야기다. 레코드로만 남은 거장들, 지금은 다시 볼 수 없는 명인들을 기억하고 싶은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_ <들어가는 말> 중에서
한마디로 그는 전형적인 이탈리아 열혈한이었다. 그는 여든 살의 나이 에도 계단을 두 칸씩 밟고 올라가는 성미였다고 한다. 잠도 서너 시간밖에 자지 않았고, 한 번도 큰 병에 걸린 적이 없었으며, 몸이 몹시 아플 때는 혼자 몰래 치료를 받았고, 죽을 때까지 무언가에 몰입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토스카니니도 자기 성격의 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여든 살의 토스카니니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이제 노인이다. 그런데 어째서 하느님은 열일곱 살 소년의 피로 나를 괴롭히는 것일까?”
_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