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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8850523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16-07-08
책 소개
목차
7장_기이한 팔자
8장_팔자 도망
9장_꼬이는 팔자
10장_사주와 팔자
뒷이야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크고 둥근 눈엔 어느새 물기가 어려 있었다. 그 모습에 강은 금세 제가 한 말을 후회했다. 아직 어리고 여린 소녀에게 너무 치졸하게 군 것이 부끄러웠다.
“궐 안도 다 사람 사는 곳인 것을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형님은 좋은 분이십니다. 제 사람에겐 얼마나 다정하고 따뜻하신지 모릅니다.”
“제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는요?”
“그것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강의 말문이 막혔다.
“만약 제가 평생 저하의 사람이 되지 못한다면 저는 어찌 됩니까?
이 구중궁궐 안에서 어찌 살게 되는 것입니까?”
강을 올려다보는 수진의 두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 모습에 쿵, 하고 강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저런 얼굴을 한 여자를 알고 있었다. 저 눈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자칫했다간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줄 것 같아서, 강이 힘껏 주먹을 쥐었다. 어느새 가끔 보이던 제 어미의 모습이 수진의 위에 겹쳐지고 있었다.
해명이 옷을 벗기느라 고군분투하는 사이 운의 고개는 점점 뒤로 넘어갔다.
“이보시오! 이보시오!”
겨우 해명이 옷을 다 벗겼을 때, 이미 운은 제대로 눈조차 뜨지 못한 채 이리저리 흔들리는 중이었다. 저도 모르게 해명이 운을 와락 껴안았다.
“괜찮소? 제발 정신을 좀 차리시오.”
어느새 해명의 목소리도 울먹이고 있었다. 손에 입김을 불어 따뜻하게 한 뒤 운의 몸을 마찰시켜 열을 내려 애썼다. 허나 이미 차게 굳어가는 몸은 그 정도론 역부족이었다. 결국 울먹이던 해명이 눈을 질끈 감은 채 제 도포를 벗었다.
벗은 도포를 일단 운에게 입힌 후 속곳 바람인 채로 운을 세게 껴안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는 운의 등과 팔을 쉼 없이 문질러 열을 냈다. 뜨거운 입김을 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발, 제발 좀 깨어나 보시오.”
부처님, 신령님, 삼신할머니 등등 제가 아는 모든 신을 다 찾으며 해명이 빌고 또 빌었다. 손바닥에 빨갛게 열이 오를 정도로 몸을 문대느라 어깨가 빠질 것처럼 아파와도 해명은 잠시도 쉬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해는 점점 떨어져 어느새 주위가 어둑했다. 끝내 해명이 울음을 터뜨렸다. 엉엉 울면서도 바쁘게 운을 돌보느라 해명은 제 어깨에 닿은 숨이 점점 따뜻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