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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8950322
· 쪽수 : 273쪽
책 소개
목차
1. 그녀에게 간절히 필요한 것
2. 그 남자가 사는 방식
3. 그들의 착각
4. 친구의 전화위복
5. 여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6. 간나 새끼, 존간나 새끼
7. 복병을 만나다
8. 남편이 아니라 웬수
9. 두 여자의 기 싸움
10. 사고를 치다
11. 마지막 보루
12. 한 번 웬수는 영원한 웬수
13. 그래 이혼해
14. 여자를 만족시키는 길이
15. 콩꺼풀이 벗겨지다
16.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17. 뒤통수를 맞다
18. 통장을 받아내다
19. 꼬리를 잡다
20. 이혼당하다
21. 꼬랑지를 내리다
22. 살맛나는 세상
23. 친구의 청천벽력
24. 꼼수를 부리다
25. 과다혼수는 집안 망하는 지름길
26. 그 남자의 카리스마
27. 배우자를 잃는다는 건...
28. 미워도 내 님 고와도 내 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직 50도 되기 전에 혼자가 되어버린 친구를 딱히 위로할 말이 없다. 그저 맘껏 울라는 소리밖에는. 그때 영희가 고개를 들고 순심을 본다. 그런데 표정이……좀 이상하다. 예상하고 다르다. 분명히 절망과 슬픔에 빠져 울고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웃고 있다. 분명히 웃고 있다. 이건 우는 얼굴이 아니다. 웃는 얼굴이다. 이게 미쳤나? 남편이 죽었는데 웃음이라니? 너 실성했니? 혹시 남편이 급작스럽게 죽어서 너 정신줄 놓은 거야? 왈칵 걱정이 몰려왔다.
“너, 너 왜 그래? 너무 충격 받아서 그래? 그 정도로 힘들어?”
순심이 영희를 살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 순간 화장실 안으로 사람이 들어왔다. 순간 영희가 얼른 표정관리를 하며 슬픈 표정을 짓는다. 그런 걸 보면 정신줄 놓은 건 아닌 것 같다. 그건 다행한 일이다. 정말 다행이다.
사람이 화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영희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번진다. 울다 웃다, 웃다 울다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 마침내 사람이 화장실에서 나와 손을 씻고 밖으로 나가자 이제 영희가 소리 내어 웃는다.
“하하하! 하하하!”
내가 잘못 생각했다. 미친 게 틀림없다. 정신줄 놓은 게 틀림없다.
“너 미쳤어? 지금 웃음이 나와?”
순심이 영희의 입을 막으며 소리 죽여 영희를 나무란다. 하지만 영희의 입에서는 계속해서 웃음이 터진다. 너무 좋아서 통제가 안 된다는 듯 마구 마구 웃는다.
“미치겠다, 정말. 너 왜 그래?”
혹시라도 사람이 들어올까 봐 순심은 화장실 입구를 연방 쳐다본다. 하긴 그 맘 모르진 않는다. 술만 마시면 두들겨 패던 남편이 죽었는데 뭐가 그렇게 서럽겠는가? 그렇다고 돈이나 많이 벌어주는 것도 아니면서. 우리 집 남편이나 그 집 남편이나 둘 다 웬수같은 남편이다. 죽어도 하나 아쉬울 것 없는.
남편이 죽어서 슬픈 사람은 받은 것이 많은 아내들이다. 돈도 많이 받고 사랑도 많이 받고 귀함도 많이 받은 아내들. 하지만 영희나 자기처럼 구박만 받은 사람들은 굳이 슬플 것 같지도 않다.
“……야……야……,그, 그, 그, 그 말 있잖아……그 말……거 왜 마누라 죽으면……화장실 가서 웃는다는 말…….”
웃으면서 하느라 말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야, 그만해! 사람들 보면 어쩌려고 그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너 욕해!”
순심은 영희를 이해할 수 있다. 그 동안 당해온 것이 많으니까.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남편이 죽었는데 웃고 있으면 천하에 독한 년, 나쁜 년이라고 욕한다. 연방 영희의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 입구를 보면서 순심이 영희를 나무란다.
“아는데…… 이리 좋아하면 안 되는데…… 어떡하냐, 순심아? 참을 수가 없다, 너무 좋아서. 자그마치 보험금이 10억이야, 10억! 그 웬수가 이렇게 고마워보긴 처음이야.”
기쁨에 넘친 영희의 목소리가 화장실을 울린다. 남편 없이 어떻게 사냐고? 웃기는 소리? 돈 없어서 문제지, 늙어빠진 남편, 없다고 무에 그리 아쉬울까? 돈이 10억이 생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