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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8970108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4-06-22
책 소개
목차
인연의 시작
고수와 하수
재회
바둑 선생이 되다
기로에서 길을 묻다
손을 내밀다
너와 내가 꾸었던 꿈은
다시 출발선에 서다
지켜야 할 약속
가장 어려운 건, 끝내기
에필로그
<부록> 영화 초고 시나리오
리뷰
책속에서
“새벽에 나오면 사람이 없는 한적한 거리가 좋아. 고향을 떠나 처음 서울에 왔을 때도 새벽이었어. 지금처럼 겨울이었는데 무척 춥더군. 갈 곳이 막막했지.”
남해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민수는 말없이 숟가락으로 순댓국을 휘저었다.
“며칠 후면 입단대회네.”
“…….”
입단이란 말에 민수가 멈칫거렸다.
“대회는 나갈 거냐?”
남해는 민수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며 물었다.
민수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넌 아직 어려서 사는 걸 몰라.”
“사람들은 그러더군요. 뭐든지 하다가 안 되면 살기 위해서라고.”
“넌 살기 위해서 그런 적 없냐?”
남해가 물었다.
민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쩌겠냐. 세월이 흐르고 살아보면 그것밖에 안 되는데…….”
남해는 마치 자신에게 이르듯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어스름이 깔린 새벽거리를 바라보았다.
“내리는 비를 보면 앞이 가물가물하다.”
민수는 남해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술잔을 비우면서 가만히 듣기만 했다.
“넌 입단을 못해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고, 난 인생을 잘못 살아 인생 아마추어다. 그래도 넌 나이가 있으니까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서 입단하고 꼭 프로가 되어 살아.”
“…….”
남해가 술잔을 비웠다.
민수는 남해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소주를 한 잔 쭉 들이키는 남해.
잠시 침묵이 흘렀다.
“민수야.”
남해가 나직이 민수를 불렀다.
“……”
민수는 고개를 들고 남해를 쳐다봤다.
“대회에 나가라.”
그러더니 잔을 비우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나, 그 사업 포기한다. 약속한다.”
뜻밖의 말에 민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인생이 바둑이라면 첫 수부터 다시 한 번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