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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9762603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5-04-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2
#3
#4
#5
#6
#7
#8
#9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정말 결혼할 생각이야? 재력가 아들 모씨하고?”
“네.”
세영이 단호하게 대꾸했다. 빈정거리는 말투가 듣기 싫었지만, 그에게 그렇고 그런 여자로 보이는 게 편리할 것 같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참으로 재밌는 상황이 아닌가. 혜지의 결혼식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구민교를 밀어낼 궁리만 하던 그녀였다. 그런데 신재를 만나자마자 마음이 조급하게 구민교만 찾고 있지 않던가.
원래는 그럴 마음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젠 그래야겠다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나 보다. 나신재에게서 도망만 칠 수 있다면 지금으로선 어디라도 상관없었다. 세상 모든 남자들에게 동정 받아도 상관없지만, 나신재에게만은 절대 동정 받고 싶지 않았다. 연민도 허용하지 않는다. 나신재는 그녀가 동정하고 연민해야 할 존재지, 반대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내가 그놈보다 돈이 많다면?”
“웃기는 소리 하지 마세요.”
“들어보지도 않고 단정 짓지 마. 정말 내가 그놈보다 돈이 많으면! 그놈이 아니라 내 아내가 되어 줄 수 있는 건가?”
세영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심해처럼 깊어진 그의 눈빛 속에서 별빛처럼 샛노란 빛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욕망, 성욕이라고도 정의 내려지는 그런 감정이기도 했다.
“욕망에 눈이 멀어 제 정신이 아닌 거죠?”
“왜 그렇게 생각해?”
신재가 나른한 동작으로 손을 움직이더니 그녀의 팔뚝을 닿을 듯 말 듯 느리게 훑어 내리기 시작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귓불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숨소리가 서서히 격렬해져 가기 시작했다. 바로 앞에 그가 있기 때문에 이런 동요를 들키고 싶지 않아,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자 신재가 곧장 그녀의 손을 꽉 쥐었다.
“너, 틈만 나면 도망가는구나?”
“놔요.”
“싫어. 넌 내가 싫은 게 아니라 무서운 거야. 네 본질을 내가 다 보게 되는 게 두려운 거겠지.”
뭘 안다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지금껏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하나도 모르면서!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그의 손을 뿌리치고 소파를 벗어나서 우뚝 멈춰 섰다.
“나신재 씨는 죽었다 깨나도 날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상관없어요. 이해받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까. 갈게요. 두 번 다시 이런 불쾌한 장난은 하지 말았음 좋겠군요.”
싫다. 신재에게 휘둘려 모든 걸 다 까발리고, 그에게 동정 받게 되는 게 싫었다. 이렇게 됐다고 해서 비굴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어디든 가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널 다시 내 앞으로 끌고 올 테니까. 두고 봐!”
세영은 가차 없이 대문을 쾅 닫고 그 집을 나와 혜지에게 문자를 보내려다 그만뒀다. 신혼여행을 떠나는 신부에게 욕지거리를 날려 줄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건 다녀온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걸까? 그녀는 소울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핸들을 양손으로 쥐고 손등이 하얘지도록 힘을 주었다.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 나신재를 만났다는 사실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이렇게는 아니야. 이렇게는!’
당당하게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한 번쯤 그를 만나보고 싶었다. 얼마나 멋있어졌을지는 이미 상상이 되었지만, 그가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그녀를 향해 달려들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잊지 않고 있었을 줄이야. 전부 기억하고 그녀를 찾아왔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다 잊고 그저 오랜 연인들처럼 허심탄회하게 과거 얘기를 안주삼아 술이나 한 잔 기울이다 헤어질 인연일 거라 생각했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