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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70125473
· 쪽수 : 516쪽
· 출판일 : 2024-06-10
책 소개
목차
까마귀라고 불리는 소년
제47장 ~ 제49장
작품 해설: 무의식의 폭력과 삶에 대한 책임을 탐색한 대작 (권택영)
옮긴이의 말: 작가적 성숙을 실감케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탁월한 작품 (김춘미)
책속에서
“이보게, 호시노. 신이라는 건 인간의 의식 속에서만 존재하는 거라네. 특히 이 일본에서는 좋건 나쁘건 간에 신은 어디까지나 융통무애한 것이네. 그 증거로 제2차 세계대전 전에는 신이었던 천황이, 점령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에게서 ‘이제 신 노릇은 그만두시오’라는 지시를 받자, ‘네, 이제 나는 보통 인간입니다’라고 하여, 1946년 이후부터는 신이 아니게 됐네. 일본의 신이라는 것은 그 정도로 조정이 가능한 것일세. 싸구려 파이프를 물고 선글라스를 낀 미국 군인의 몇 마디 지시에 존재 방식이 달라져 버리거든. 그만큼 초포스트모던한 존재지. 있다고 생각하면 있고, 없다고 생각하면 없는 걸세.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 쓸 필요 없네.”
그 대신 전쟁에 대해 생각한다. 나폴레옹의 전쟁에 대해 생각하고, 일본군 병사들이 싸워야만 했던 전쟁에 대해 생각한다. 손도끼의 확실한 무게를 손바닥에 느낀다. 새로 간 예리하고 하얀 날이 생생하게 내 눈을 쏘아본다. 나도 모르게 눈을 돌린다. 어째서 사람들은 싸우는 것일까? 왜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들이 집단으로 서로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그런 싸움은 분노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아니면 공포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아니면 공포와 분노는 한 영혼의 각기 다른 측면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모두 여러 가지 소중한 것을 계속 잃고 있어.” 전화벨이 그친 다음에 그가 말한다. “소중한 기회와 가능성, 돌이킬 수 없는 감정. 그것이 살아가는 하나의 의미지.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는, 아마 머릿속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을 기억으로 남겨 두기 위한 작은 방이 있어. 아마 이 도서관의 서가 같은 방일 거야. 그리고 우리는 자기 마음의 정확한 현주소를 알기 위해, 그 방을 위한 검색 카드를 계속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되지. 청소를 하거나 환기를 하거나 꽃의 물을 갈아 주거나 하는 일도 해야 하고. 바꿔 말하면 넌 영원히 너 자신의 도서관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