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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생명과학 > 생명과학
· ISBN : 9788970445434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00-04-30
책 소개
목차
머리말 | 4
로렌스 브래그 경의 서문 | 6
머리말 | 9
후기 | 223
역자 후기 | 230
해설 | 233
리뷰
책속에서
그러나 아직도 유전자는 단백질분자라고 믿고, DNA편을 드는 실험 결과들은 결정적인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었다. 크릭은 그러나 이러한 회의론(懷疑論)에 당혹스러워하지는 않았다. 그가 볼 때 대부분의 사람은 심술만 남은 바보들이어서 경마장에서 가망도 없는 말에만 돈을 찔러 넣고 있는 것이었다. 소위 과학자라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신문이나 재단 등이 떠들어대는 것과 같은 명성과는 정반대로 속이 좁고 머리도 둔한, 한마디로 바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과학자로서 성공할 가망은 전혀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당시 나는 가끔 크릭의 아파트에 저녁을 먹으러 갔었다. 크릭은 나와 이야기하기를 좋아했고, 나는 나대로 위궤양(胃潰瘍)에 걸리지 않을까 무서울 정도의 형편없는 영국 음식을 안 먹어도 되는 기회였기 때문에 부지런히 갔다. 오딜은 프랑스인 어머니를 닮아 영국인의 창조성 없는 식생활과 집안 살림법을 철저하게 경멸했다. 그러니 크릭으로서는 연구소의 동료들이 자기 아내가 만든 맛없는 고기, 삶은 감자, 허연 채소, 포도주에 절인 카스텔라 등 단조로운 음식보다는 나을 정도의 하이 테이블(High Table, 역자주: 영국대학의 학감, 교수, 연구원들이 모이는 식탁)의 음식을 맛있다고 먹고 있는 것을 부러워 할 하등의 이유도 없었다. 부럽기는커녕 그들의 저녁 식사는 언제나 즐거웠고, 특히 포도주라도 몇 잔 마셔서 최근 케임브리지에서 소문이 자자한 아가씨들로 화제가 미치면 제법 떠들썩해졌다.
3월 마지막 주에 최종 원고가 완성됐고 타자로 옮길 준비를 했다. 때마침 연구소 타이피스트가 휴가 중이었기에 나는 엘리자베스에게 타자를 부탁했다. 토요일 오후를 따분하게 타이프나 치면서 보내고 싶진 않을 테니 우리가 완성한 논문이 어쩌면 다윈의 진화론 이후 생물학에서 가장 혁혁한 업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로 그녀를 달래며 설득했다. 엘리자베스가 타이프를 치는 모습을 크릭과 나는 어깨너머로 줄곧 지켜보았다. 약 900단어로 된 그 논문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여기에 디옥시리보핵산(DNA)염의 구조를 제창하고자 한다. 이 구조는 생물학적으로 대단히 흥미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