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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여행에세이 > 해외여행에세이
· ISBN : 9788970594385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10-02-10
책 소개
목차
APPETIZER
내 사랑 낸시에게
여는 글
밝히는 글
MAIN DISH
1. 포르투갈 | 체험, 고기의 현장
2. 프랑스 | 추억이라는 이름의 소스
3. 베트남 | 금지된 과실의 맛
4. 스페인 | 음식남녀
5. 러시아 | 음주의 프로페셔널
6. 모로코 | 양을 쫓는 모험
7. 베트남 | 진미珍味와 진미眞味
8. 일본 | 미식가, 유토피아에 가다
9. 캄보디아 | 산전수전 공중전
10. 영국 | 미식을 수호하는 파수꾼들
11. 멕시코 | 요리사는 어디에서 오는가
12. 베트남 | 천국과 지옥 사이
13. 미국 | 최고에 대한 경의
14. 영국 | 숨은 별미 찾기
15. 베트남 | 대나무에 홀리다
DESSERT
완벽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혹시라도 나를 따라 세계를 누빈 촬영팀을 싫어하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런 건 아니다. 방송 종사자들이 대개 그렇듯이 우리 촬영팀도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 다수는 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 병원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다큐멘터리를 찍은 경험이 있었기에, 북적대는 주방이나 칼 든 사람들 곁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익히 아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내가 먹은 끔찍한 음식을 함께 먹었다. 가끔 병균 배양실 같은 호텔에 묵을 때에도 함께했다. 촬영을 위해 지뢰밭과 도로 차단기를 겁 없이 돌파하기도 했다. 내가 술에 취해 자동소총을 난사하고 유탄 발사기를 갈겨 댈 때에도 곁에서는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다. 내가 추위에 떨 때 그들도 추워서 발을 동동 굴렀다. 말라리아 약의 부작용도, 식중독도, 벌레의 습격도, 골 때리는 채식주의자와의 만남도, 모두 나와 함께 겪었다. 그들은 멕시코의 시골 사람들이 데킬라 마시기 시합을 제안했을 때에도 결코 굴하지 않았다. 시합 도중에 가끔 하수구에 기어가서 토할 때조차 나는 외롭지 않았다. 그들도 나와 함께 돼지 피로 샤워를 하면서 돼지를 때려잡고, 멱따고, 관장하는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카메라에 담았다. 고든 램지의 지옥 같은 주방에서 종일 촬영하던 날에도 누구 하나 다친 사람 없이 일을 끝마쳤다. 그것도 시종일관 희희낙락대면서. 그러니 독자들께서는 내가 캄보디아의 유령 호텔에 처박혀 외롭고 아프고 겁난다고 아무리 징징거릴지라도, 같은 층 어딘가에 촬영팀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란다. 그러면 기분이 좀 나아질 테니까.
이구아나를 먹을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텔레비전 업계의 큰형님께서 말씀하셨다.
"토니 씨는 이구아나를 먹습니다."
난 정말이지 이구아나 따위에는 흥미도 없었다. 우리 요리사들한테 듣기로는 정말로 아무것도 살 돈이 없을 때 먹는 게 바로 이구아나였기 때문이다. 이구아나는 값싸고 흔한 재료였다. 가이드인 레오조차도 음식을 사 먹을 돈이 없던 시절에나 일주일에 몇 번씩 개를 데리고 이구아나를 잡으러 나간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을 정도이다. 그 커다란 도마뱀이 맛있을 거라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을 뿐더러, 내 생각이 옳은지 확인해 보겠다고 이구아나를 죽이기는 더욱 싫었다. 하지만 카메라맨 매슈는 '이구아나 먹기'로 케이블 시리즈 파충류 촬영 부문 대상을 탈 작정인 듯싶었다.
내가 이때껏 채식주의자들한테 지독한 소리를 퍼부어 댄 줄은 나도 잘 안다. 그럼에도 그들은 내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심지어 책 여기저기서 '헤즈볼라 같은 인간들'이니 '인간 정신의 선하고 우수한 부분이라면 뭐든 반대하는 적들'이라고 비난했는데도 그들은 내 책 낭독회에 와주었고, 멋진 소감을 적은 편지도 보내 주었다. 영국에서 내 책의 홍보를 맡은 담당자는 내가 무척 존경하는 인물인데 그녀도 채식주의자이고(몇 번인가 그녀한테 총을 들이대고 생선을 먹으라고 협박한 적이 있긴 하다), 함께 일했던 카메라맨들 중에도 몇 명 있었다. 그들은 내가 자기들의 신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면서도 대단한 유머 감각을 발휘하곤 했다. 지난 몇 달 간 만났던 채식주의자들은 자기네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기 힘들어지면 내가 베이컨 치즈버거를 사다가 입에 처넣을 줄 알면서도 내게 친절하고 너그럽게 대해 주었다. 하지만 산꼭대기에 지은 뾰족지붕 집을 찾아가 랠프 네이더 지지자들이나, 다리털도 안 깎고 카프탄을 걸친 대지의 여신 숭배자들 틈에 끼어 앉아 솥에 든 렌즈콩을 건져 먹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의 홈그라운드에 내 발로 걸어 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른 건 다 제쳐 둔다고 해도 일단 담배를 못 피우게 막을 게 뻔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