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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 ISBN : 9788970908137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0-08-24
책 소개
목차
Chapter 1 희대의 살인마들
세기의 미해결 연쇄살인사건, 살인마 잭
평범한 외모 뒤에 숨어있던 ‘뒤셀도르프의 뱀파이어’
Chapter 2 FBI 프로파일러 파일
프로파일링의 A to Z
범죄자와의 대화로 탄생한 최초의 프로파일러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가지 않는 인질범과의 협상기술
연쇄살인범의 진실과 허상
비공식 인터뷰, 연쇄살인범의 마음속으로
어둠의 제왕, 찰스 맨슨의 프로파일링
비공식 인터뷰로 얻은 프로파일링 기법
Chapter 3 프로파일링 실습
FBI 프로파일러들의 선진 수사 기법
프로파일러들의 육감, 알고보면 논리적인 범인 추정
잡고싶다면 살인자의 ‘서명’을 보라
정확한 프로파일링은 경험으로 얻어진다
전문 프로파일러들이 밝히는 심문의 기술
재판장에서 악마의 가면 벗기기
Chapter 4 죄의식 없는 사이코패스
사이코패스는 정신분열증 환자가 아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모르는 사이코패스
악명이라도 좋다, 단지 주목 받을 뿐!
Chapter 5 ‘악의 씨앗’과 여성 살인자
어린이의 살인을 어떻게 볼 것인가
돌고 도는 폭력의 연결고리
엄마가 만들어낸 최악의 아동 범죄자 메리 벨
남성보다 무서운 여성 살인자들
Chapter 6 성범죄와 연쇄살인
무엇이 연쇄강간범을 만들어낼까?
성폭행범에서 연쇄살인범으로 진화하다
범인들의 심리를 건드리는 한 마디
가학적 성폭행에 몰두한 전대미문의 부부 킬러
성범죄 수사의 모범 FBI 프로파일러 로이 헤이즐우드
부록_FBI 프로파일러 로이 헤이즐우드와의 인터뷰
리뷰
책속에서
독일의 정신분석학자인 칼 베르그 박사는 교도소 감방으로 피터 쿠르텐을 면담하러 갈 때 정신분열 상태의 미치광이를 어떻게 대처할지를 고민했다. 그동안 정신병동을 숱하게 방문하면서 매우 혼란스러운 장면들을 목격했지만 걱정은 안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날 아침 감방 문 앞에 섰을 때,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스스로 30명의 남자와 여자 아이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살인마 쿠르텐은 그의 벙커에서 일어나 주름을 말끔히 잡은 양복을 입고는 마치 시골 외판원이 물건을 팔기 위해 막 이야기를 꺼낼 때처럼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심리분석학자와 연쇄 살인범 간에 이뤄진 심도 있는 역사상 최초의 면대면 인터뷰였다. 쿠르텐을 바라보며 베르그 박사는 경찰이 확신하는 쿠르텐의 자백을 ‘병자의 한낱 꿈’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침착하고 극단적으로 단정한 쿠르텐을 보니 언론이 ‘뒤셀도르프의 뱀파이어’라며 가학적 괴물로 매도하는 것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이 46세의 공장 노동자는 본능적인 살인자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가장 먼저 베르그 박사를 놀라게 한 것은 뛰어난 기억력이었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79건의 모든 범행 과정은 물론, 당시 자신이 느꼈던 감정적 흥분까지도 디테일하게 기억해냈다. 심지어 일반인들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평범한 일상까지 자세히 설명했다.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 서남부를 공포에 빠뜨렸던 연쇄살인범 정남규가 2009년 11월 21일 교도소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오전 6시 35분경 1m 5cm 높이의 TV 받침대에 쓰레기 비닐봉투를 꼬아 만든 끈으로 목을 맸고, 외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오전 숨졌다. 교도소에 수감된 지 불과 31개월 만이다.
언론은 정남규의 자살 이유를 이렇게 보도했다. ‘살인을 저질렀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던 정남규는 사형제도가 부활돼 처형될 것이라는 보도를 듣고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심리상태가 불안해진 사형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교정당국의 문제점을 예외 없이 지적했다.
-중략-
연쇄살인범의 자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불안과 초조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심약한 인간형’이 첫 번째다. 그러나 이 보다는 두 번째 이유를 프로파일러들은 주목한다. FBI 프로파일러 그레그 메크레이가 운터웨거의 자살을 예고했던 것이 대표적인데 연쇄살인범 중 일부는 자신을 신으로 착각해 자신과 타인의 목숨을 ‘관장’해야 한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그들은 남이 자신의 목숨에 손대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운터웨거는 살인을 할 때 항상 독특한 매듭을 사용했다. 따라서 이 서명(signature)이 없는 교도소 매듭에서 죽는 것은 인정할 수 없었고, 결국 자살을 택했다. 극단적으로 이기적이면서, 자기중심적인 연쇄살인범들은 자신의 목숨도 자신이 좌지우지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정남규가 연약한 인간이었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 살인범을 교화해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남규의 살인행각은 우발적이거나, 단순충동적인 것이 아니었다. 2004년 10세 전후의 어린아이 2명을 납치살해한 뒤 대상을 성인여성으로 옮겨 2년간 13명을 연쇄 살인했다.
그런 그가 사형이 임박한 것도 아니고, 수감생활도 불과 31개월에 지나지 않았는데 불안감으로 자살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게 연약한 인간이 2개월에 한번씩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태연자약할 수 있었을까? 그의 자살을 보통사람의 인식으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치료에 응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이코패스를 교육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뛰어난 사이코패스’를 확대 재생산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