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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71847787
· 쪽수 : 150쪽
· 출판일 : 2008-07-1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륀의 목소리는 그 문장들, 그 복도들, 그 높다란 천장들을 닮았다. 아주 유연하고 매혹적인 륀의 목소리는 나를 빨아들인다. 내 짙은 어둠에 어떤 형태를 부여하고, 선명한 윤곽을 그린다.
“계속 읽을까?”
“그거 무슨 책이야?”
“파올로 파솔리니의 《인도의 향기》.”
“처음 듣는 제목이야. 근데 그거 어디서 났어?”
“우리 아빠 서재에서.”
륀은 계속해서 책을 읽어 나간다. 난 더 이상 이야기를 따라가지 않고 오직 륀의 목소리만 듣는다. 내게는 목소리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 소리가 내게 에너지를 준다. 그리고 여전히 그 목소리에 어떤 얼굴을 맞추어 보려고 애를 쓴다.
이런 목소리에는 어떤 몸이 살 수 있을까? 어떤 눈이? 어떤 손이? 쓸데없는 짓이다. 뤼스는 은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눈을 가졌다고 뤼카가 말했다. 그러면서 거짓말이 아니라고 했다. 앞을 보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가끔 그들의 눈이 거짓말을 한다. 그들은 륀을 볼 수는 있어도 륀이 지는 고유한 목소리는 듣지 못한다. 그것은 오직 나만이 들을 수 있다. - p.77~80 중에서
나는 다시 몸을 곧추세운다. 두 발로 작은 돌멩이들과 해초들을 건드려 본다. 이곳 물은 맑을 것이다. 내 발을 들여다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발과 륀의 발, 그리고 다리, 륀의 몸 전체, 물 밖의 얼굴, 나와 마주 선 그 얼굴도 보일 것이다.
“뤼스.”
나는 그냥 이름을 불렀다. 그저 진짜 이름을 불러 보고 싶었다.
뤼카와 니노는 우리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경주를 하고 있다. 미친 듯이 물을 가르는 소리가 수면을 파고든다. 훨씬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어슬렁거리던 볼로는 이내 모래 언덕 꼭대기로 사라져 버린다.
내가 널 잊었듯이 너도 날 잊고 있었구나.
나는 두 팔을 한껏 뻗어 륀을 품에 안는다. 내 품에 안긴 소녀. 내 예상이 맞았다. 기타를 품에 안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는 신선한 공기를 한 움큼 들이마셔 허파를 빵빵하게 부풀린 다음, 하나로 얽힌 두 몸을 천천히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힌다.
자, 이제 숨을 쉬지 않고 키스를 해 보는 거다. - p.148~149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