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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이론/음악사
· ISBN : 9788971998038
· 쪽수 : 348쪽
· 출판일 : 2017-04-19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7
1 민족음악을 향한 멀고도 험한 길
‘러시아 5인조’와 ‘조선음악가동맹’
제국주의와 함께 밀어닥친 서구중심주의의 열풍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지니고 새로운 음악사를 창조하려 한 이들이 있다. ‘러시아 5인조’와 ‘조선음악가동맹’. 이들이 주창한 민족음악은 민족의 감수성을 담은, 민중과 함께 호흡하는 음악이었다. 그러나 불멸이 된 러시아 5인조와 달리, 조선음악가동맹은 한반도 현대사의 격랑 속에 실종되는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2 주류와 비주류의 행복한 이인삼각
시장의 카리스마, 언더그라운드의 신화
1980년대는 자본주의에 의해 음악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였다. 시장경쟁 체제는 문화를 병들게도 하지만, 다양성을 담보한 시장 확장은 예술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마이클 잭슨과 조용필, U2와 들국화. 이들이 위대한 음악성을 보여준 1980년대는 건강한 주류가 비주류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성장하는 시대였다.
3 엘리트주의의 위대한 반역
신빈악파와 비밥의 미학적 혁신
1848년 유럽에서 혁명은 실패했고, 새로운 세기에 등장한 신빈악파는 부르주아 음악문화의 뻔뻔한 동어반복에 저항하며 오선지 위의 혁명을 꿈꾸었다. 그로부터 40여 년 후, 아프리칸 아메리칸은 반인종차별투쟁 중이었다. 그들은 ‘스윙’마저 백인에게 빼앗겼다. 체계적인 음악과 약속된 연주. “이건 재즈가 아니잖아!” 그들은 즉흥연주를 통해 재즈 본연의 흑인정신으로 돌아갔다. 바로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단 하나의 음악, 그것이 비밥이었다.
4 음악 열등국가가 만들어낸 최후의 무대 콘텐츠, 뮤지컬
오페라의 영광을 찬탈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그랑오페라를 위시한 17세기 오페라는 지배계급의 문화로 시작되었으나 점차 대중적 예술로 전환했다. 이후 미국은 실용주의와 자본주의 노선을 내세워 브로드웨이를 구축했고, 이에 자극받은 영국은 웨스트엔드를 형성했다. 뮤지컬은 오페라를 학살하는 대신 조용히 유폐시키며 예술사에서 가장 순조롭게 혁명에 성공한, 인류 최후의 문화 콘텐츠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리운 강남〉을 악곡 측면에서 분석해보면 ‘그냥 민요네’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아주 창의적인 곡이다. 안기영이 민요 수집을 허투루 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준다. 안기영은 홍난파나 현제명처럼 미국 유학을 다녀온 서양음악인이다. 미국 가서 한국민요를 공부했을 리 없다. 서양음악을 공부했지만 민요화 작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전통적 평조음계平調音階를 서양음악의 온음계로 그대로 옮겼으니 사실상 그 곡의 형태는 서양음악이라고 봐야 한다. 더욱이 서양음악의 화성을 썼는데 그 음계적 특성을 통해 4분의 3박자 서양음악의 틀에서 가장 한국적인 토착 정서가 묻어나는 선율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너무나 신선한 느낌으로 1930~1940년대 대중에게 완벽하게 다가간다.
“이거 우리 음악이네!”
바로 이런 느낌으로 팍 꽂힌다. 뽕짝이나 트로트와도 다르고 그렇다고 아직은 생소하고 이질적인 서양 노래나 찬송가하고도 또 다른, 뭔가 새롭지만 결코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노래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 1 민족음악을 향한 멀고도 험한 길?‘러시아 5인조’와 ‘조선음악가동맹’
낮과 밤의 문화가 극단적으로 갈라지던 시대, 그 시대의 슈퍼스타 ‘조용필’이라는 이름은 한국의 대중음악사에서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그것을 사유하려면, 자본주의의 맨 얼굴을 보여주는 이 한마디로 시작해야 한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다.”
대중문화사에서 ‘진정한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둘러싸고 이야기하다 보면 자칫 씁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진정한 의미를 담고 있다느니 어쩌니 떠들어도 많이 팔고 유명해지고 부자 되는 게 최고이며 결국 멍청하고 생각 없는 대중의 호주머니를 털려고 그렇게들 나대는 거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어서다.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시각으로만 본다면 우리는 굉장히 허망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럼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는 거네. 어차피 자본주의가 내 생애 안에서 끝날 것 같지도 않고, 집단자살이나 해버리지 뭐” 하는 식으로. 실제로 이런 생각을 실행한 사람도 있지만, 그럴 정도로 우리 인생이 가벼울 것 같지는 않다. 자본주의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좀더 나은 미래를 가져올 만한 삶의 조건을 지치지 말고 집요하게 찾아봐야 한다. 빛이 강해야 그림자가 짙다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내게는 굉장히 소중한 말이다. 뒤집어 말하면 빛이 흐리멍덩하면 그림자도 형체가 엷어진다. 빛이 흐리멍덩하면 전부 흐리멍덩해진다.
- 2 주류와 비주류의 행복한 이인삼각?시장의 카리스마, 언더그라운드의 신화
우리 세대가 어느 정도 철이 들고 난 뒤 예술과 관련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뭘까? 아니 예술에 아무 관심 없는 사람들조차 자주 들은 얘기가 있다. 요즘 세대는 잘 모를 수도 있는 말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그런가? 내가 보기엔 헛소리다. 예술이 그렇게 위대한가? 예술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동의하는가? 그 가치를 인정해야 배운 사람 같고 지식인 같고 문화적 교양이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는가. 나는 예술의 가장 위대한 사기가 바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이데올로기 뒤에는 인간의 삶이란 별 볼 일 없고 하잘것없는 반면 예술은 굉장히 위대한 것이며, 그러니 그 위대한 예술이 하잘것없는 인간의 인생 따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예술 혹은 예술가의 몫이 아니라는, 예술에 대한 몹시 위험한 신비주의가 숨어 있다. 이 신비주의 미학을 만든 사람들이 바로 19세기 이후의 부르주아 예술사가들이다. 그들은 예술을 보통 사람들의 손이 닿을 수 없는 높은 곳, 어마어마한 규모의 제단 위에 올려버림으로써 예술을 인간의 삶과 구체적인 시대의 현장으로부터 분리시키고자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말도 안 되는 예술이론과 파생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순수문학도 나오고 참여문학도 나오고, 예술이랍시고 서로 싸우고……. 난 이렇게 생각한다.
“인생이 짧다면 예술도 짧다.”
물론 몇 세기를 지나도록 우리가 기억하는 예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의 한 50억 배쯤 되는 예술은 어쨌든 인생보다 훨씬 짧게 끝났다. 그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 3 엘리트주의의 위대한 반역?신빈악파와 비밥의 미학적 혁신
뮤지컬은 17세기 지배계급의 가장 극점에 있던 문화인 오페라 안에서 오페라를 반동하는 동시에 오페라의 요소를 받아들이면서 또 그것을 극적으로 거부하면서 출현했다. 격동하는 17~19세기의 시대정신을 흡수하는 과정을 거치며 결국 오페라를 뛰어넘어 뮤지컬이라는 이름의 최후의 무대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가장 늦게 등장했음에도 뮤지컬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호소력을 갖는 장르 혹은 상품이 되었으며 이 생명력은 앞으로도 굉장히 오래 이어질 것 같다. 그렇게 예상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록 출발은 늦었으나 그 앞의 수많은 인류 예술사의 최선의 성과를 포섭하고 축적해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이야말로 어쩌면 인류 예술사에 나타난 가장 순조로운 반전의 명예혁명 같은 것이 아닐까? 뮤지컬은 오페라를 학살하는 대신 조용히 유폐시켰고 오페라가 누려왔던 모든 것을 새 시대에 걸맞게 자신의 영역에 구축한 장르다.
- 4 음악 열등국가가 만들어낸 최후의 무대 콘텐츠, 뮤지컬?오페라의 영광을 찬탈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