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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72754466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09-09-07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멀리, 도시 어딘가에서 폭탄이 터진다. 격렬하게, 폭탄은 아마 집 몇 채와 몇몇 꿈들을 부술 것이다. 상대편이 반격한다. 반격의 폭음은 정오의 무거운 정적을 찢으며, 유리창을 떨게 하지만, 어린아이들을 깨우지는 못한다. 그 소리에 움직임을 멈추는 것은 현재로서는 염주 두 알과 여자의 어깨뿐이다. 그녀는 안약 병을 주머니에 넣는다. ‘알-카흐하르’라고 그녀는 중얼거린다. ‘알-카흐하르’. 그녀는 이 말을 되풀이한다. 남자가 숨 한 번 쉴 때마다 이 말을 되풀이한다. 이 말을 할 때마다 그녀는 염주알을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뜨리며 돌린다.
“당신은 내 말을 단 한 번도 귀담아듣지 않았지. 내 말이 당신 귀에 제대로 들린 적이 없어! 우리는 이 모든 이야기를 한 번도 서로 주고받아본 적이 없어! 우리가 결혼한 지 십 년 넘었지만, 같이 산 것은 겨우 이삼 년이야. 안 그래?” 그녀는 헤아려본다. “그래, 결혼한 지 십 년 반인데, 같이 산 건 삼 년! 이제야 제대로 헤아려보네. 오늘에야 모든 걸 정리해본다고!” 미소를 짓는다. 그녀의 온갖 회한, 후회를 표현할 1,001가지 단어를 대신하는 노랗게 뜬 짧은 미소……. 하지만 재빨리 추억이 기선을 제압한다. “그 당시엔 당신이 왜 없는지 나 혼자 궁금해해보지도 못했어. 당신이 없는 건 내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지! 당신은 전쟁에 나가 있었으니까. 당신은 자유의 이름으로, 알라의 이름으로 싸우고 있었으니까! 그거면 모든 게 정당화되었지. 그걸로 난 희망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어. 어떻게 보면, 당신은 있는 거나 다름없었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그녀의 두 눈은 시간을 관통하여, 그때를 다시 보고 있다…….
그녀는 고개를 똑바로 세우려고 한 손으로 턱을 받친다. “아버지가 찾아오셔서 난 기쁘고, 마음이 환해졌어. 난 드디어 깨달았지. 당신을 죽게 버려두려는 시도 때문에 내 마음이 편안했던 게 아니라는 걸.” 그녀는 몸을 쭉 뻗는다. “당신 내 말 알겠어? 사실, 내가 편해진 건, 그 이야기를 해버렸기 때문이야. 메추라기 이야기. 모든 걸 말한다는 것. 모든 걸 당신에게 말한다는 것. 사실 당신이 환자가 되고부터, 난 알게 되었지. 내가 당신에게 이런 식으로 말을 걸며 살게 된 다음부터 내가 당신에게 성질이 나 있다는 것, 내가 당신을 모욕하고 있으며, 내 맘속에 간직했던 걸 모두 당신에게 말했다는 것, 그런데 당신은 내게 아무 대답도 할 수 없고 나를 해치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 모든 상황이 나에게 힘을 주었고,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