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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72754565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10-02-26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라디오가 있다면 93.5메가헤르츠를 들을 것. 새벽 두 시.
공책 한 귀퉁이를 찢어 보낸 쪽지에는 그 말이 전부였다. 남자는 마지막으로 쪽지를 전해준 학생을 향해 누구에게로부터 쪽지가 전해졌는지 물으려 했지만 그 학생은 귀찮은 표정으로 책 속에 고개를 묻고 있었다. 모든 학생들이 칠판을 향하고 있었고 거북이 갑처럼 구부린 학생들의 등허리로 쪽지의 임자를 짐작할 수 없었다.
난데없이 책상 위로 날아든 그 쪽지 때문에 남자는 10년 동안 93.5메가헤르츠로 주파수를 맞추고 새벽 두 시면 어김없이 깨어 있다.
순식간에 밥상이 엎어진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밥그릇과 국그릇, 접시 들이 방바닥으로 하나, 둘 떨어지면서 김칫국물이 방 사방 곳곳으로 튄다. 육각형의 밥상이 데굴데굴 장롱 쪽으로 굴러간다. 방 안은 금방 온갖 음식물이 뒤섞여 시큼한 냄새를 풍긴다.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아버지가 밥그릇을 발로 걷어찬다. 남자는 아버지를 벽 쪽으로 밀어 자신의 두 팔 안에 아버지를 가두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남자는 아버지를 피해 문가로 달아나면서 이틀을 소리나게 부딪친다.
이런 벼엉신.
아버지가 남자의 머리통을 손바닥으로 후려치고 마루로 나간다. 어머니는 밥상을 들고 와 방안에 흩어진 것들을 두 손으로 쓸어담는다. 어머니는 음식물 범벅이 된 손등으로 연신 눈물을 훔친다. 이미 여러 군데 귀가 떨어진 흠집투성이인 포마이카 밥상에 또 다른 흠집이 생긴다. 남자는 이를 딱딱 부딪치면서 밥상을 노려본다.
이 밥상이 반으로 부서지기 전에 나는 이 집을 나갈 것이다.
남자는 밤새 끙끙 앓았다. 눈꺼풀 아래로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언제나 꾸는 똑같은 꿈이다. 남자는 누군가의 품속에 안겨 있다. 온실에 들어선 것처럼 따뜻하다. 남자를 품에 안은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버스에서 내렸다. 멀리 커다란 십자가가 꽂힌 흰색의 둥근 돔형 지붕이 보인다. 저벅저벅 발짝 소리가 길게 이어지고 자, 이곳이 너의 집이야. 좀 보렴. 후끈한 입김이 얼굴에 다가온다. 사자 머리 모양의 청동상이 보인다. 남자가 울음을 터뜨린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개가 짖으면서 달려온다. 아득히 높은 곳에 붉은 열매들이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