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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리마스터판)

하성란 (지은이)
  |  
창비
2021-02-05
  |  
14,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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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책 정보

· 제목 :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리마스터판)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6438364
· 쪽수 : 396쪽

책 소개

우리 시대의 불행과 고통을 간파하는 직관을 타고난 소설가 하성란의 세번째 소설집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가 리마스터판으로 돌아왔다. 초판 출간 이후 이십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어도 이 책에 담긴 소설들은 하성란 특유의 적확한 언어와 탄탄한 소설적 구성으로 여전히 탁월하게 읽히기도 하거니와, 여전히 한국사회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우리 시대의 아픈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목차

별 모양의 얼룩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파리
밤의 밀렵
오, 아버지
기쁘다 구주 오셨네
와이셔츠
저 푸른 초원 위에
고요한 밤
새끼손가락
개망초

해설 | 한기욱
작가의 말
추천사
새로 쓴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저자소개

하성란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풀」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루빈의 술잔』 『옆집 여자』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 『웨하스』 『여름의 맛』, 장편소설 『식사의 즐거움』 『삿뽀로 여인숙』 『내 영화의 주인공』 『A』, 사진산문집 『소망, 그 아름다운 힘』(최민식 공저)과 산문집 『왈왈』 『아직 설레는 일은 많다』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수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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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뒤에서 남편이 다람쥐를 쫓을 때처럼 가볍게 클랙슨을 울려댔다. 하지만 여자는 숲으로 도망치지 않았다. 조금씩 조금씩 발을 떼어놓았다. 누가 뭐라든 여자는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였다고 믿고 싶었다. 일년이 넘도록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건 아이의 좁은 보폭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다. 아이가 그 걸음으로 돌아오려면 아직도 수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누가 뭐라든, 그렇게 믿고 싶었다. (「별 모양의 얼룩」)


제이슨이 숨을 몰아쉬면서 잠시 방심한 사이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상체를 일으키면서 면도칼을 휘둘렀다. 제이슨이 턱을 움켜쥐면서 물러났다. 무작정 일어나 현관 밖으로 뛰었다. 두 다리가 썰어놓은 낙지처럼 제각각 다르게 움직였다.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칼로 운전석에 앉아 있던 챙을 위협했다. 소심한 챙은 쉽게 물러났다. 운전석에 앉아 차 문을 걸어잠갔다. 핸들을 쥐고 힘껏 액셀을 밟았다. 제이슨의 노란 스포츠카가 힘찬 발진음을 내며 울타리 쪽으로 튀어나갔다. 내가 정성껏 가꾼 꽃들이 자동차 바퀴에 짓밟히는 것이 속상했다.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은옥의 발치 아래로 아파트들의 옥상 쇠난간이 겹겹이 펼쳐져 있었다. 남편은 짬을 내지 못해 바다나 산으로 나가지 못하는 은옥에게 불만이 많았다. 발가락에서 대롱대던 슬리퍼를 벗어 던지고 시멘트 바닥에 맨발을 댔다. 시멘트 바닥은 깔깔했고 미지근했다. 옥상의 난간들이 겹파도처럼 천천히 밀려와 은옥의 발을 적셨다. 어디선가 쏴아, 하는 파도 소리가 났다. 물미역 비린내가 났다. 소금기 있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마구 엉클어뜨렸다.
은옥은 어느새 은빛 모래가 펼쳐진 바닷가의 망루에 올라앉아 있었다. 은옥은 오른손을 들어 양 눈썹에 바싹 들이대었다. 먼 바다가 불쑥 다가오는 듯했다. 은옥은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돌리면서 혹시 바다에 빠진 조난자는 없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와이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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