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72754640
· 쪽수 : 348쪽
· 출판일 : 2010-08-2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난 거짓말쟁이일까? 그렇다. 은행 대출계에서 호텔경영학교 출신에다 리츠 호텔 주방에서 18개월 동안 실습을 했다고 말했으니까. 나는 그에게 전날 밤 공들여 위조한 학위증과 증명서를 보여주었다. 그의 코에 대고 경영 전문기술자격증을 흔들어대기까지 했다. 진품과 전혀 구별이 안 되는 짝퉁을. 난 위험하게 살기를 좋아한다. 그러다가 한때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덕분에 살 구멍을 찾아가고 있다. 대출계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래서 아무 의심 없이 대출을 해주었다.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고맙다고 했다. 보건증? 그것도 문제없다. 내 피, 내 소중한 피는 마치 금방 삶을 시작하는 것처럼 깨끗하니까.
내 식당은 아담하고 저렴할 것이다. 난 점잔빼는 사람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내 식당은 ‘셰 무아’라 불릴 것이다. 따로 묵을 집을 구할 금전적 여력이 없는 만큼, 거기서 숙식까지 해결할 테니까.
손님들은 내가 발명해낸 요리, 내가 변형하고 추측해낸 요리들을 맛볼 것이다. 내가 감수성이 너무 예민한 탓에 음악은 없을 것이고, 천장에 매달린 등들은 오렌지색을 띨 것이다. 난 이미 레퓌블리크 대로에서 거대한 냉장고를 구입했다. 주방기구 가게주인은 오븐과 요리용 작업대도 헐값에 주겠다고 약속했다. “흠집이 좀 난 거라도 괜찮겠어요?” “상관없어요! 저도 이미 흠집이 많이 난 걸요.” 가게주인은 웃지 않는다. 미소조차 머금지 않는다. 남자들은 여자가 자신을 비하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 나는 사랑으로, 사랑에 의해 요리를 한다. 손님들을 사랑하기 위해 내가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질문의 사치스러움이 바로 그 사치스러움을 갖지 못한 창녀들을 떠올리게 한다.
“저, 정상이에요. 어떤 사람들의 삶에 문학이나 음악이 없는 것처럼 제 삶에 섹스가 없는 것뿐이에요. 그 사람들 역시 우리처럼 살아가요. 다른 것들을 높이 평가하고, 다른 즐거움을 누리면서 말이에요. 그들에겐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아요. 그들에게는 문학이나 음악 따윈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 벤이 내 생각을 중단시키며 말을 잇는다. “그렇다고 제가 사랑할 줄 모른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른 종류의 사랑으로 사랑하는 거죠.” 그가 벌떡 일어서서 나를 향해 다가온다. 나도 일어선다. 그가 나를 품에 안는다. 참모본부의 지도처럼 평평하고 넓게 펼쳐진, 어느 방향으로든 나를 능가하는 그 큰 몸으로 나를 꼭 껴안는다. 그러고는 내 목에 대고 속삭인다. “예를 들면, 아줌마요. 저는 아줌마를 많이 사랑해요. 많이, 아주 많이.”
내 몸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그의 몸은 아무 말이 없다. 내 다리 사이로 포스터가 펼쳐진다. 거기에는 ‘날 먹어’라는 거대한 글자가 떨리는 필체로 씌어 있다. 내가 그를 밀쳐내고 사과한다. “내가 너무 많이 마셨나봐,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