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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72756057
· 쪽수 : 312쪽
책 소개
목차
「갈색 해안」
「삶에서 한 걸음 물러서기」
「중요한 에너지의 집행자들」
「계곡 아래로」
「표범」
「눈 안의 문」
「야생의 아메리카」
「축제」
「유린되고 타버린 모든 것」
리뷰
책속에서
“뒤로 물러서, 클레어.” 데릭이 외쳤다. “밥은 누드주의자야. 나까지 누드로 만들었다고.”
“그렇군요.”
클레어는 운동선수처럼 대담하게 비키니를 벗고 스커트도 내렸다. 가슴과 엉덩이의 피부가 파라핀처럼 부드럽고 또 창백해 보였다. 밥은 만의 가장자리 물 위에서 클레어를 바라보았고 부어오른 손으로 물을 저었다. 클레어는 초록빛 물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밥은 자기와 아내 사이에 얼마나 먼 거리가 가로놓여 있는지, 그 거리를 없애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 생각했다. 테라스 백 개보다 더 많은 노동과 대화가 필요하리라. 절망적인 기분이었다. 밥은 그 절망의 무게와 함께 물 아래로 잠수했다. - 「갈색 해안」
어머니가 집을 비운 어느 겨울 아침에는 내가 잠옷 차림의 스티븐을 대문 바깥에 1시간이나 세워두기도 했다. 창문으로 내다보며 놀려대는 동안 스티븐은 얼어붙은 대문 앞 계단에 서서 고함을 지르며 문을 두드렸다.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 다만 동생의 분노를 먹고사는 작은 악마가 내 안에 살고 있었다는 것밖에는. 격분하여 펄펄 뛰는 스티븐의 모습에는 절정에 이른 미움이 있었고 그건 오싹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성행위 하는 남녀를 보는 것처럼 도색적이기도 했다. 그렇게 1시간을 보내고 꽁꽁 얼어버린 스티븐에게 문을 열어준 후 뜨겁고 진한 코코아잔을 건네줄 때까지도 나는 소리내어 웃고 있었다. 스티븐은 빨갛게 언 손가락으로 잔을 받아 마시고 난 뒤 깡통 따개를 나한테 집어 던져 내 입술 아래쪽이 5센티미터 정도 찢어지게 만들었다. 내 안에 사는 작은 악마가 짓는 미소인 양 그 흉터는 아직도 남아 있다. - 「삶에서 한 걸음 물러서기」
제인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 벌써 후회스러웠다. 마음이 복잡했다. 코딱지만 한 닷선 자동차 안에서 아내의 새로운 연인과 함께 앉아 있자니 아내와의 즐거웠던 옛 추억, 떠올리지 않는 편이 나을 그 시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인의 배가 내 허리에 밀착되었던 어느 추운 아침부터, 욕실에서 온몸이 비누 거품으로 미끌거리던 제인의 모습, 그리고 격렬한 사랑을 나누다가 그만 침대의 나사못이 빠져버렸던 오래전의 어느 밤까지. 하지만 그렇게 과거의 장면을 회상하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배리가 끼어들었다. 얼룩덜룩한 벗은 엉덩이가 침대 위에 나타나고 협탁 위에서는 촛불이 타오르며 향이 연기를 내뿜는다. 배리의 누런 엄지손톱이 제인의 레이스 팬티 안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서서히 팬티를 아래로 끌어내린다. - 「계곡 아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