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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독서에세이
· ISBN : 9788972756095
· 쪽수 : 404쪽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애도를 거부하는 사랑
―히스클리프의 뒷걸음질과 연속에 대한 그리움
사랑과 함께 시작된 애도
―모리스 벤드릭스의 뒷걸음질과 ‘미움의 기록’
몸에 의한, 몸을 위한, 몸의 애도
-안티고네와 애도의 불가능성
모르는 이를 위한 애도는 가능한가
―시즈토의 ‘병’과 애도의 감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하는 애도
―셰퍼드의 이타적 행위와 노턴의 이기적 슬픔
눈물에서 시작되는 애도
―시이드의 사랑과 빌러비드의 유령
슬픔과 애도, 윤리의 역학에 관하여
―로렐의 뒷걸음질과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
“당신의 다른 쪽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플라스의 저당 잡힌 삶과 미완의 애도
생일에 부치는 편지
―휴즈의 침묵과 애도의 노래
우울증의 환대
-개인에 대한 애도와 ‘발라디’에 대한 애도
존재가 존재에게 남기는 “공동”
―홀로코스트와 동물들을 위한 애도
돌이 된 어머니의 눈물
―니오베의 슬픔과 애도의 윤리
고통의 쓰나미와 트라우마
―욥의 슬픔과 절망
일상을 비추는 애도의 거울
―셉티머스의 우울증과 애도의 윤리
애도의 속도에 관하여
―햄릿의 실패한 애도와 “타자의 시간”
슬픔의 깊고 큰 구멍
―적군을 사랑한 한 여성의 애도
탄생과 함께 시작된 애도
―나타샤 트레서웨이의 뒷걸음질과 어머니의 기억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애도에 관한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주 개인적인 이유에서였다. 몇 년 전부터 나의 어머니가 전과 다르게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래 사랑했던 사람과 언젠가 때가 되면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어떻게 슬퍼하고 애도하는지 궁금했다. 이것이 내가 다양한 문학작품에 형상화된 슬픔과 애도의 방식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였다.
-8p, 「책 머리에」
프로이트에 따르면, 애도는 우리가 떠나보낸 자에 대한 감정적 애착을 단절하고 자유로운 리비도를 새로운 대상에 재투자하는 것이다. 그래서 애도작업이 성공적이지 못하여 감정적 애착이 단절되지 못할 경우, 치료를 필요로 하는 병리학적인 우울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애도작업의 성공은 정상이요, 실패는 비정상이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애도작업의 성공이나 실패가 꼭 그렇게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뉘어야 하는지, 애도작업의 성공만이 긍정적인 것이고 실패는 반드시 부정적인 것이어야 하는지, 살아남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설령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한 번쯤 뒤집어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듯하다. 다소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인 생각일지는 몰라도, 진정한 애도는 결코 완성될 수 없는, 그래서 우리가 죽을 때까지 계속돼야 하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우리가 그 사람의 죽음을 통해 죽음을 체험할 정도로 사랑했던 사람일 경우, 그래야만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바로 이것이 자크 데리다가 애도의 “성공은 실패한 것”이고 “실패는 성공한 것”이라고 말한 이유일 것이다.
-16-17p, 「애도를 거부하는 사랑」
“20년이 흐른 후에, ‘저게 내가 오래전에 사랑했던 캐서린 언쇼의 무덤이지. 그녀를 잃고 너무너무 비참했지만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네. 그 후로 나는 많은 사람들을 사랑했어. 그리고 그녀가 소중했던 것보다 지금은 내 아이들이 더 소중해. 그리고 죽음을 맞을 때도 그녀한테 가는 걸 기뻐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을 애석해할 거야!’ 히스클리프, 이렇게 말할 거니?”
캐서린의 말을 쉽게 옮기면, ‘내가 죽어서 무덤에 묻히면 너는 날 애도하고 결국 잊을 거니?’라는 의미이고, 그것의 진짜 속내는 ‘내가 죽더라도 나를 애도할(잊을) 생각일랑 꿈도 꾸지 마라’는 의미다. 얼핏 보면, 캐서린의 발언은 자신의 죽음을 견뎌내야 할 히스클리프는 안중에도 없는 지독히 이기적인 발언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을 수 없을 만큼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공고하다는 걸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들의 사랑은 늘 그렇게 반어적이다.
-25p, 「애도를 거부하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