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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72756132
· 쪽수 : 156쪽
· 출판일 : 2012-09-10
책 소개
목차
로큰롤 미싱 7
작가의 말 149
옮긴이의 말 152
리뷰
책속에서
“사실은 있지, 난 ‘스트로베리 로봇’이 좋다고 그랬거든. 그랬더니 가쓰오가 ‘러시아워’가 좋다는 거야. 그래서 합쳐버리자, 이렇게 된 거지. 왜 밴드 이름 같은 것도 그런 것 있잖아?”
쓰바키 메구미가 쿠앵트로를 핥듯이 마시면서 말했다. 처음 접하는 타입의 여자였다. 겐지는 혀 짧은 말투와 화려한 화장만 빼면 제법 자기 취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트로베리 로봇 러시아워’라는 이름이 됐거든. 그랬더니 요이치가 ‘그럼 스트로보 러시다!’라고…… 사실 뭐든 줄인다고 좋은 게 아니잖아, 그치. 이름이란 거 중요하지 않아?”
“맞아요. 내가 말한 러시아워의 아워는 어디로 갔냐고요.”
니트 모자를 쓴 가쓰오라는 사내는 네모나고 길쭉한 갈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나이가 어려서 요이치와 쓰바키에게 존댓말을 썼다. 빈 잔을 보고는 추가 주문을 했다.
“됐어, 그런 거. 정식 명칭 따위 상관없잖아. 스트로보의 빛이 러시하는 거라는 의미로 됐어. 번쩍번쩍하고 빛의 홍수에 싸여 있는 느낌도 들고. 나도 그런 체험 해보고 싶기도 하고.”
요이치는 양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펼치며 스트로보의 빛을 표현했다.
“이건 로큰롤 미싱이라고 하는 거야. 바지 옆 재봉선 같은 것 뒤집어보면 이거하고 비슷하지?”
요이치는 옆에서 일하는 걸 보고 있는 겐지에게 재봉틀을 움직이면서 말했다. 그 재봉틀로 처리된 천의 테두리를 보니, 트레이너나 티셔츠를 뒤집어보면 시접이 똑같이 되어 있던 게 생각났다. 이 재봉틀을 돌리면 천이 풀어지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왜 로큰롤이야?”
“잘 들어봐. 재봉틀 소리의 리듬이 8비트잖아. 페달을 세게 밟으면 16비트도 돼.”
그 말을 듣고 귀를 기울여보았지만, 리듬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있잖아, 너희들은 왜 옷을 만들기로 한 거야?”
“엉?”
“아니, 저기, 뭐랄까, 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겠지만, 그 이유랄까 계기랄까…….”
세 사람은 멈춰 서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제 와서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하는 느낌이었다. 요이치가 말했다.
“뻔하잖아, 패션으로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서지.”
“……응?”
“세계 정복!”
쓰바키와 가쓰오가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물었더니, 두 사람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했다.